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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 리포트]'웰메이드' 띄운 세정, 혁신은 없었다'1조클럽' 가입 이후 성장 '정체'...반전 노린 편집숍 브랜드 '한계'

장소희 기자공개 2014-04-08 08:50:00

이 기사는 2014년 04월 03일 1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청담동 명품거리, 도산공원 사거리'. 국내 패션기업들이 앞다퉈 모이며 명실공히 대한민국 패션의 '메카'로 자리잡은 곳이다.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홍보, 마케팅까지 핵심 과정이 이뤄지고 있어 국내 패션산업이 여기서 성장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부산광역시 금정구 무학송로 158'. 패션기업 세정이 사업을 시작한 40년 전부터 현재까지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다. 지난 2004년 서울 대치동에도 사옥을 지었지만 여전히 부산을 모태로 사업을 하고 있다. 패션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지방 본사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모태를 잃지 않으려는 세정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기업이 지방 본사 체제를 고수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평가다.

현재 세정의 사업상황이 이를 반증한다. 지난해 '웰메이드(wellmade)'라는 일종의 편집숍 브랜드를 내놓으며 유통업 진출을 선언했지만 기존 가두점의 '리모델링'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먼저 나온다. 기존에 '인디안'이라는 남성복 브랜드를 내걸고 사업을 할 때보다 소비자층이 다양해지고 매출도 늘었다지만 장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대리점 사업으로 승승장구…2% 부족한 혁신

세정은 1974년 부산에서 '동춘섬유공업사'로 출발해 현재 대표 브랜드 인디안을 비롯한 17여개 패션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1980년대 의류 도매상으로 승승장구하던 세정은 대리점 체제로 전환하며 본격적으로 소매유통업을 시작했다. 재래시장이 쇠퇴하며 패션시장이 브랜드 상품 위주로 판매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대리점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사세를 키웠다. 대표 브랜드 인디안을 중심으로 출점에 나서 전체 매출이 연평균 30%씩 성장했고 '1조 클럽'을 눈 앞에 둘 정도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실제로 2011년에는 국내 패션기업 중 5번째로 1조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전체 매출 1조 50억 원을 기록했다. ㈜세정 외에도 니(NII), 크리스크리스티(criscristy) 등 영캐주얼 브랜드를 운영하는 ㈜세정과미래를 포함해 △세정21 △세정어패럴 △세림어패럴 △세정산업 등 의류업 관계사들이 늘어난 효과도 있었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시작한 △세정건설 △세정인텍스 △세정C&C △세정I&C도 관계사에 포함된다.

문제는 1조 클럽 가입 이후 실적 정체에 빠졌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세정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1조 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억 원 늘었고 지난해에도 1조 130억 원으로 50억 원 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세정그룹의 매장수가 전년 대비 89곳 늘어나 1484개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출 증가 속도가 상당히 더디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세정그룹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유통브랜드 '웰메이드'가 첫 선을 보이며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지만 예상보다 소비자들과 업계의 반응이 별로라는 평가다. 기존에 인디안 매장으로 운영하던 대리점을 웰메이드로 바꿨지만 전환된 첫 해인 지난해 매출액이 인디안으로 운영할 때와 큰 차이가 없다.

웰메이드 매장 사진
웰메이드 부산 금정 플래그십스토어 매장 전경(출처: 세정)

◇신개념 유통 브랜드 웰메이드 론칭...간판·매장·광고 다 바꿨지만 제품은 '그대로'

웰메이드의 한계는 매출 규모만이 아니다. '신개념 유통 브랜드'를 표방하며 대대적으로 선전에 나선 것에 비해 전반적으로 내용물이 부실하다는 평이 나온다. 기존 가두점에 편집숍 개념을 더한 사업형태가 획기적이라기 보다는 '정체성을 알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더 나아가서는 "단순히 간판을 바꾸고 내부 인테리어를 리모델링 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세정에서도 이를 정면으로 반박할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이전에 인디안 매장에서도 현재 웰메이드가 판매하는 형식으로 세정그룹의 다른 브랜드 상품을 일부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웰메이드는 여기에 입점 브랜드 몇 가지를 더 추가하거나 변경해 유통브랜드라는 색깔을 덮어 씌운 격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인디안 매장에서 세정의 다른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지만 인디안 제품을 사러오는 고객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 제품은 많이 판매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웰메이드라는 유통브랜드를 내세워 한 매장에서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모두 팔 수 있으니 대대적으로 론칭을 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웰메이드 론칭 이후 젊은 고객층이 생겼다는 것이다. 인디안이 중년 남성브랜드 이미지가 강한 탓에 20~30대 소비층이 사실상 전무했지만 아웃도어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 일부도 웰메이드에 입점하며 이들의 발길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현재 웰메이드에 입점돼 있는 브랜드는 매장별로 차이는 있지만 7~8가지다. 주력 남성복 브랜드 인디안을 중심으로 남성 정장 브루노 바피, 여성캐주얼 앤섬, 아웃도어 피버그린도 일부 판매한다. 최근에는 듀아니 등 악세서리 브랜드 입점으로 상품 구색을 넓히는 등 세정그룹이 웰메이드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업계의 총론이다. 현재 수준으로는 웰메이드라는 브랜드 이름을 만들어 간판을 바꾸고 내부 인테리어를 바꾼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시도했던 웰메이드 자체 SPA(제조유통일괄화 브랜드) 상품 기획 등 내실을 채우는 질적 발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세정이 도매상에서 대리점 체제로 발 빠르게 전환한 것처럼 패션회사는 트렌드에 더욱 민감해야 한다"며 "트렌드에 한참 뒤쳐져 있다가 웰메이드로 승부수를 띄운만큼 웰메이드만의 특성을 활용한 대표 상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정 관계자는 "웰메이드를 론칭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패를 가리기는 이르고 유통 브랜드로 전환한 후 동기간 대비 평균 20% 매출 신장과 함께 젊은층 고객 유입이 늘고 있어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현재 원스톱 멀티쇼핑이 가능한 '라이프스타일 패션 전문점'을 실현하기 위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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