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4월 04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업 부진에 시달려오던 한국화장품은 급기야 사옥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나자산신탁이 설정한 '하나에셋제1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 보유한 서린빌딩 지분 56%를 매각키로 한 것이다. 유입되는 현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목적이다. 하나자산신탁은 지난달 리츠 영업인가를 받고 투자자 모집을 진행 중이다.이번 매각을 지켜보면서 한가지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재무구조 개선 목적의 사옥 매각에도 불구하고 위탁관리리츠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동산을 매각할 경우 기업구조조정(CR)리츠를 활용한다. 다른 형태의 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금 모집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르면 리츠는 한 투자자가 전체주식의 40%이상을 소유할 수 없으며, 리츠 영업인가 이후 1년 6개월 안에 공모 청약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는 다수의 투자자에게 투자기회를 제공한다는 리츠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함이다. 다만 CR리츠는 기업구조조정 목적으로 설립되는 만큼 이같은 조항에 구애받지 않는다.
한국화장품은 그러나 CR리츠 대신 위탁관리리츠를 선택했다. 이 딜(Deal) 관계자는 "사실 매수자 입장에서는 투자자 모집에 큰 규제가 없는 CR리츠를 더 선호한다"며 "다만 매도자 측에서 '기업구조조정'이라는 단어를 상당히 꺼렸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물론 위탁관리리츠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또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면 CR리츠의 장점도 누릴 수 있다. 부동산투자회사법 12조 3항에 명시하는 기관투자가가 투자금액의 30%이상을 투자했을 경우다. 다만 이 조항에서 해당하는 기관투자가는 대부분 연기금이다. 주요 빌딩투자자인 보험사에 비해 요구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결과적으로 사옥 매각을 위해 모집할 수 있는 투자자 범위가 한층 좁아진 셈이다. 더욱이 한국화장품은 사업부진으로 매년 적자를 내고 있는 터라 기관투자가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임차조건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서린빌딩의 구분소유주인 화인자산관리 역시 아직 매각에 동의하지 않아 반쪽짜리 매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역시 건물관리의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투자자 모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국화장품은 상대적으로 쉬운 길을 두고도 우회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것이 '기업구조조정'이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든, 주가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었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번 선택이 한국화장품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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