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5월 19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주택전문 건설업체들이 업황 부진을 딛고 제2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공공택지를 기반으로 사업을 늘리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택지공급자인 LH공사와 SH공사 등이 판매가를 낮추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분양 호조에 따른 이익 실현으로 현금흐름 등 재무건전성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기초체력을 갖추면서 2세 계열분리에도 적극적이다. 일감 확대를 기반으로 가업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변화가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계열 시행법인과 오너 2세 회사간 매출거래가 크게 늘었다. 일감 지원으로 외형을 늘리는 방식이다. 세금 부담을 덜고, 부를 대물림하기 위한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는 여느 대기업집단과 다를 게 없다.
2세 계열분리가 속도를 내고 있는 주택전문 업체는 중흥건설이다. 매출성장과 일감증대를 기반으로 가업승계를 서두르고 있다.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의 장남이 대주주로 등재된 중흥토건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작년 매출이 2372억 원으로 3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급등했다. 2010년 207억 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2011년 772억 원, 2012년 1572억 원으로 각각 치솟았다. 작년 순익은 무려 423억 원에 달했다.
매출의 대부분은 관계사에서 나왔다. 작년 매출액의 69%(1591억 원)가 특수관계법인에서 발생했다. 특히 합자회사인 중흥주택의 일감지원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중흥토건이 중흥주택을 상대로 올린 매출이 1057억 원이다. 전체 매출의 46%에 달했다. 2012년에도 중흥토건 매출의 43%가 중흥주택에서 나왔다.
사실상 최근 중흥토건의 외형성장과 이익 창출은 중흥주택과의 거래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흥주택의 대주주는 정 회장으로 절반 이상의 지분을 들고 있다. 아버지가 운영 중인 회사가 아들 회사에 적극적으로 일감을 몰아줬고, 그로 인해 적잖은 이익이 발생했다. 직접적으로 재산을 물려주지는 않았지만, 매출거래를 통해 일종의 자산 증여가 이뤄진 셈이다.
이는 세법상 과세 대상이 된다. 지난 2011년 말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제도가 도입돼, 2012년 거래분에 대해 첫 과세가 이뤄졌다. 정상거래비율(30%)의 1/2을 초과하는 특수관계법인 거래비율을 기준으로 증여이익을 산출한다.
중흥토건은 그러나 올해부터 세금을 한 푼도 물지 않아도 된다. 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으로 중소기업간 매출거래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적용받더라도 매출거래의 50%까지 정상거래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중홍토건의 경우 중흥주택과 매출거래비율이 50%를 넘기지 않으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규제가 완화된 이유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특수법인간 업무 유사성이 매우 높고, 가업승계를 포기해야 할 만큼 과도한 세금부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증흥주택의 중흥토건 일감몰아주기는 이와 거리가 멀다. 일반 제조업체의 부품 납입 등 업무 유사성과 특수성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기 보다는 상속과 증여를 목적으로 한 거래에 가깝다.
이는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와 부의 편법적인 상속을 막기 위한 법의 도입 취지를 거스르는 일이다. 조세형평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처럼 중소기업 오너의 사익 편취가 적지 않다고 봤다. 매출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중흥주택과 중흥토건이 합법적으로 가업을 승계할 길을 마련했지만 그 정당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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