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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지수 2000, 저항선 아닌 지지선 될 것" [자산운용사 CIO 테마인터뷰]상승장은 오는가①

박상희 기자/ 박시진 기자공개 2014-05-22 12:05:00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더벨이 국내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 및 주식운용본부장을 대상으로 '테마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한다. 천편일률적인 시장 전망 중심의 인터뷰를 지양하고, 사전 서베이에 근거해 강세장, 약세장 등 테마를 정해 개성있는 인터뷰를 기획했다. 급변하는 국내외 투자환경에서 전략을 책임지는 CIO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2014년 05월 20일 14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식시장이 지루했던 지난 3년간의 박스권에서 탈출하는 것일까. 지난 19일 코스피지수가 하루 만에 연중 최고치(2015.14포인트)를 경신했다. 지난 달 시작된 2000포인트 탈환 랠리가 연중 최고치 경신으로 이어지면서 강세장에 대한 기대감이 뜨겁다.

지난달 머니투데이 더벨이 국내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 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가 올해 국내 증시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강세장 내지 상승장을 시현할 것이라 예상한 CIO를 대상으로 앞으로의 강세장은 어떤 모습이고 과거 강세장과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향후 상승장을 이끌 동력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지난 14일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진행된 대담에는 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전무(CIO), 남동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상무(주식운용본부장), 정인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상무(주식운용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 오랫동안 박스권 장세에 있던 시장이 향후 상승 흐름을 탈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는.

남동우
▲남동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상무
남동우 상무(이하 남)
"앞으로의 시장은 끌고 올라가는 장은 아닐지라도 밀려서라도 올라가는 장이다. 지금 시장은 더 이상 빠지기 힘든 가격대다. 가격이 너무 싸다. 그동안 지수 상단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1900을 뚫고 내려갔던 지수 하단이 조금씩 올라왔다. 연간 80조~90조씩 벌어들이는 국내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1900대는 너무 싸다. 싼 가격은 버티면 결국 뚫고 올라가게 돼 있다.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는 2000포인트가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쌓은 힘으로 2000까지 올라가면 그게 지지선이 돼서 계속 올라가리라고 본다.

2007년의 2000과 지금의 2000포인트는 의미가 다르다. 2007년 국내 증시 PBR가 2배였지만 지금은 1배다. 전 세계에서 PBR 1배가 안되는 나라는 러시아와 브라질 밖에 없다. 문제가 많은 중국조차 우리보다 PBR가 높다. 우리 증시가 왜 PBR 1배에 머물러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이제는 충분히 올라갈 때가 된 것으로 본다."

정인기 상무(이하 정) "다른 사람들보다 시장을 좀 더 공격적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2400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시장이 3년 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다고들 하는데 저는 시장을 월봉으로 본다. 월봉으로 보면 6년 동안 갇혀 있는 모양새다. 이 기간을 상승을 위한 에너지를 모으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면 6년 동안 기다렸으니 가격 조정이 강하게 일어날 거다. 지금 상황은 과거에 증시가 1000포인트를 뚫으려던 때와 비슷하다. 그때도 1000포인트 뚫는다 뚫는다 했는데 그 시도가 계속 좌절됐었다. 그러다 중국 변수가 등장하면서 지수가 깔끔하게 올라갔다. 지금 시장에는 2000포인트를 넘어 안착한다는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 그동안 돌파하려는 시도가 있다 조금 하락했다 다시 오르는 이런 모습이 징글징글할 정도로 지속됐다. 일단 지수 상단이 뚫리면 상승장, 강세장으로 갈 것이라고 본다."

김영일 전무(이하 김) "앞에 말씀하신 분들보다 시장을 강하게 보고 있지 않다. 지난 3년 간 기업이익이 하락 추세에 있다가 올해부터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 1분기 실적 발표한 것을 보면 안도의 한숨을 내쉴만 하지만 앞으로 계속 기업이익 회복력에 큰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설비투자 가동률이 미국만 평균으로 올라왔고, 중국이 73% 밖에 안 된다. 유럽도 여전히 디프레션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 시장이 올라가려면 미국과 유럽의 경기회복 속도가 지금보다 빨라져서 단숨에 치고 나와야 한다. 그런 게 아니라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올해 안에 강세장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 강세장이 온다면 어떤 모습일 거라고 예상하나. 과거 강세장이었던 2004년, 2007년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전 강세장에서 경험한 것처럼 6개월, 8개월 연속으로 양봉 그래프가 예쁘게 그려지는 상승장은 아닐 것이다. 시장은 앞서 경험한 중국의 등장으로 화끈하게 강세장이 시현됐던 잔상을 갖고 있고 그런 류의 강세장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굴뚝산업, 소재 산업재 등이 메인스트림이 돼서 지수가 쭉 올라가는 강세장은 다시 오기 힘들다. 그때와 다른 형태의 상승장이 형성될 거라고 본다."

"과거 강세장의 분명한 공통점은 수급이다. 그때는 보이는 대로 믿는 세상이었고 수급도 충분했다. 국내 경제가 중국에 편입되면서 2004년 강세장이 시작됐다. 중국과 크로스 된 종목이 4년 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고 거의 100%씩 뛰었다. 기업이익이 같은 기간 50~60%정도 증가한 것 대비 주가가 더 많이 뛰었다. 주식형 펀드 가입이 붐을 이뤘다. 이게 2007년까지 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수가 빠졌다 2009년 회복되는 것을 보고 2010년에 상당히 많은 자문사가 생겨났다.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자문사 7공주(LG화학·하이닉스·제일모직·삼성SDI·삼성전기·삼성테크윈·기아차)' 등 히트친 종목이 대형주였다. 대형주가 갈 수 있는 장은 지수가 올라가는 장이다. 과거 2007년, 2011년의 강세장은 시장의 수요가 이끈 측면이 있다."

- 코스피지수가 지난 2011년 2200포인트로 최고점을 찍은 뒤 수년째 박스권에 갖혀 있다. 그 이유는 뭐라고 보나.

"2009년 시장이 반등할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크게 빠졌던 상황에서 올라오다 보니 기업실적 회복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2011년 이후부터 투자자들이 기업의 실적 포텐셜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기업 실적이 계속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실적 발표한 것을 봐도 이익 추정치를 비트한 비율이 10% 후반대 밖에 안된다. 과거에는 50%대였다. 비트한 기업도 이익률은 과거 대비 많이 떨어졌다. 기업의 실적 회복력에 대해 큰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게 박스권 장세의 배경인 것 같다."

정인기
▲정인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상무
"우리는 습관적으로 국내 시장이 글로벌 시장과 동조화 돼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좋으니까 유럽이 좋아질 것이고 선진국 경제가 살아나면 신흥국 경제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런 기제가 작동한다면 미국의 S&P지수가 오를 때 한국도 3분의 1 정도는 올라줬어야 한다. 실제로는 동조화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이해하려면 매크로(macro) 관점에서 보지 말고 바텀(bottom) 관점으로 봐야 한다. 미국은 국내보다 바텀이 좋다. 중국으로 갔던 설비가 최근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고, 공장 가동률이 좋아지면서 고용률도 올라갔다. 셰일가스 등 에너지를 잡으면서 전기가 더 싼 나라가 돼 경쟁력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와 디커플링 되는 이유다. 한국증시는 결국 중국과 링크돼 있다고 봐야 한다. 시장에서 중국 경제가 경착륙을 할 지, 연착륙을 할 지 지켜보고 있다. 떨어지는 과정 중에는 어디까지 갈지 모르기 때문에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디폴트 리스크가 있을 때는 주가가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그간의 박스권 장세는 이런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과의 디커플링 관련해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숫자를 보면 미국 쪽 수출증가율이 괜찮았고, 유럽쪽이 나빴다. 중국 중심으로 아시아지역도 안 좋았다. 미국은 소비가 일어나서 내수 위주로 올랐지만 수출이 안된 건 아니었다. 리쇼어링 (Reshoring,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특히 제조업 중심으로 자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이나 셰일가스와 같은 에너지 투자 역할도 굉장히 제한적이라고 본다. 핵심은 유럽의 경제 회복이지, 미국이라고 보지 않는다. 미국과의 디커플링이 된 이유는 어닝스 버블(실적 거품) 차이에 기인한다. 미국기업은 자산 버블을 빼고 이익만 놓고 보면 2006년, 2007년은 버블이 없었다. 반면 이머징 마켓은 주가 버블 이전에 과잉 수요로 인한 실적 버블이 있었다. 이후 신흥국 주가가 빠진 것은 버블로 많이 벌어들인 걸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가장 의존하고 있는 외국인 입장에서 코스피지수가 안 올랐냐 이렇게 물어보면 그렇지 않다. 외국인 돈이 가장 많이 들어온 2009년에 외국인이 50조 넘게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코스피지수가 1400포인트, 환율이 1400원이었다. 현재 코스피도 작년 대비 환율로 보면 2400포인트 언저리로 가 있다고 봐야 한다. 외국인 수급 베이스를 달러로 계산했을 때는 국내 주가 흐름이 미국과 디커플링되고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예전에 주가가 금리 5%대, 7%대와 싸웠는데 지금은 2%대다. 코스피 2200이 강세장이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주식에서 10% 일드(수익률)가 발생한다고 치면 큰 차이다. 앞으로의 강세장은 이 정도 수준에서 만족하면서 가야 한다고 본다."

- 시장이 상승장으로 갈 때 그 핵심 동력은 뭐가 될 것이라고 보나.

"미국에서 에너지 수출을 시작해서 긴 추세로 볼 때 원재료 쪽은 하향안정화 될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 쪽에서 수혜를 보는 주식의 주가가 올라가면서 시가총액 비중이 늘어나고 전체적으로 증시가 오를 것이라고 본다. 원재료 가격이 올라서 실적이 좋은 소재 및 산업주는 이미 주가가 많이 빠져 있다. 이 쪽 산업의 주가가 안 오른다고 해도 지수 오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비중이 8~9% 수준이던 조선업은 현재 기껏해야 비중이 2.5%밖에 안 된다. 건설 주식 밸류도 20배 넘게 갔는데 지금은 7~8배 밖에 안된다. 3년 째 연말 이익추정치가 안 맞고 있다. 막상 뚜껑 열어보니 실적이 추정치보다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습관적으로 이뤄지던 소재 및 산업재에 대한 실적 과대추정이 하향화 추세로 변할 것이다. 이게 상당 부분 마무리되면 주가는 오를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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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전무
"자동차나 IT 등 글로벌 소비와 관련된 산업은 전반적으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중국 경제의 부진으로 글로벌 소비와 연관짓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들이 많다. 하지만 중국의 반부패 정책의 강한 기조가 계속 유지되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고급 레스토랑, 고급 술, 카지노 등 소비와 관련된 부분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중국당국이 사회분위기를 지금처럼 위축된 분위기로 끌고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중국의 구매매출 여건이 좋아지면 이에 수혜를 받는 종목들이 분명 나타날 것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200조 원을 넘고 80조 원의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현금자산이 시총을 넘을지도 모른다. 삼성전자가 10년 전에 10조 원을 벌었는데 지금은 30조 원을 번다. 역사적으로 보면 유형 있는 제품으로 세계적 히트를 치면 그 다음엔 맛과 멋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케이팝(K pop)이나 한식, 한류가 뭘 의미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아직 이들 관련 사업에서 나오는 마진이 미미하지만 결국엔 신사업이 시가총액을 끌어올릴 거다. 이렇게 보면 성장축이나 성장동력이 변화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어떤 업종이 전도유망할 거라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 다만 밸류에이션이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지면 주가가 올라갈 것 같다. 주목하고 있는 건 분기에 현금흐름이 20조씩 시장에서 넘쳐 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기준으로 보면 시가총액 대비 현금흐름으로 인한 일드(수익률)가 12% 가까이 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안 늘어나니까 주가를 가둬두고 있는데, 그 밖의 여러가지 밸류 포텐셜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지배구조 이슈, 이건희 삼성회장 건강 이슈가 나오면서 계열사 주가가 바짝 올랐다. 그게 시장 심리를 보여주는 것 같다. 어떤 계기가 주어져 밸류가 올라가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대다수 한국 기업의 주가가 올라갈 거다."


◆ 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전무(CIO)

△ 1963년 경남 출생
△진주고, 서울대 졸업
△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 상무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한화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

◆ 남동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코리아 상무

△1971년 대구 출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삼성생명보험
△삼성자산운용
△아인에셋투자자문

◆ 정인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상무

△1971년 진주 출생
△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연세대학교 경제학 석사
△ 한화증권
△ 신영투자신탁운용
△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 대우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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