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0월 22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꾸눈 왕이 있었다. 포악한 성품의 그는 자신의 마음에 꼭 드는 초상화를 그려주는 사람에게 큰 포상을 내리겠다고 공포했다. 그는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목숨을 빼앗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첫 번째 화가는 매우 사실적으로 왕의 애꾸눈을 묘사했다. 흉측한 자신의 모습에 화가난 왕은 그의 목숨을 거둬갔다. 두번째 화가가 나서 왕의 두 눈을 모두 아름답게 묘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진실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화가는 사형에 처해졌다.어느 날 남루한 차림의 한 젊은 화가가 초상화를 그리겠다 나섰다. 그의 그림은 받아 든 왕은 그제서야 만족했다. 그 젊은 화가는 왕의 성한 눈에 보이는 옆 모습을 초상화에 담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유연한 사고의 힘이다. 작은 발상의 전환은 전혀 다른 결과를 빚어낸다.
어떻게든 한 발 앞서려는 백화점 빅3(롯데·현대·신세계)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내놓는 카드는 별반 차별점이 없다. 기존 점포를 복합쇼핑몰로 탈바꿈시키고, 아웃렛을 중심으로 신상권을 형성하기 위한 눈치 싸움만 벌이고 있다. 고작 들고 나온 전략이 '경쟁사 보다 수도권에서 가깝다'는 식의 카드 뿐이다.
신세계의 본점 남성관 리모델링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이달 초 신세계는 '럭셔리' 콘셉트의 남성관을 새롭게 열었다. 온갖 남성용 명품은 물론 편집숍에서나 볼 법한 신선한 브랜드가 가득하다. 특히 남성관 초입에는 일본의 구두 수선 전문점이 차지하고 있다. 고급 구두에나 어울릴 법한 값비싼 아이템이 즐비해 시선을 한 몸에 끈다. 고개를 돌리면 바(Bar) 형태로 꾸며진 싱글 몰트숍이 있다. 쇼핑에 지친 여성들이 한 잔의 커피에서 휴식을 찾는다면, 한 껏 치장한 남성 고객들은 싱글 몰트 한 잔에서 여유를 찾게 된다.
오직 남성만을 위한 독보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한다는 콘셉트가 기반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백화점의 주 타깃이 여성이라는 통념을 뒤집은 발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서 국내 백화점 업계는 맹렬히 해외 진출에 나섰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며 유통 채널을 분화시켰으나, 이마저도 규제의 덫에 걸렸다. 제조업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으나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신세계도 이와 상황이 다르지 않다.
결국 현재 주어진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는 뜻이다. 신세계의 미래도 이처럼 사소한 발상의 전환에 좌우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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