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2월 11일 11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여행에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생선회였다. 배낭을 메고 유라시아 대륙을 떠돌며 김치는 아주 가끔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생선회는 눈을 씻어도 찾아도 볼 수 없었다. 생선회를 먹는 나라가 거의 없을뿐더러, 바다생선을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이 많지 않았다. 사막 한 가운데라면 오죽하랴.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 방문에서 직원들에게 깜짝 선물을 했다. 생선회였다. 김 회장은 경영복귀 후 첫 해외 출장으로 한화건설의 이라크 신도시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직원들과 사흘을 어울리며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운송은 둘째 치고 보관 자체가 까다로운 생선회를 준비하면서 실무진들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실무진들의 수고를 모르고 김 회장이 무리하게 생선회를 준비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김 회장에게 이라크 신도시 현장은 그만큼 중요하고, 애정 어린 사업장이라는 믿음이 간다.
한화건설이 이라크 신도시 건설 사업을 수주할 때 세간에서는 비아냥 섞인 풍문이 떠돌았다. "역량도 안 되는 한화건설이 단독으로 이라크를 가는 건 정권에 밉보였기 때문"이라는 소문이었다. 당시 한국은 이라크 재건사업에 참여할 의무가 있었고, 정부는 누군가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아파트 건축에 필요한 자재공장이 완공되고, 기성을 수령하면서 그런 풍문은 사라졌다. 오히려 한화건설이 달성한 80억 달러라는 사상최대 해외건설 수주액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리고 수주전에서 김 회장이 보여준 리더십은 '제 2의 중동붐' 신화를 만들며 한화건설 해외진출사를 새롭게 썼다.
이번 출장에서 김 회장은 추가 공사 수주를 성사시키고 돌아왔다고 전해진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라크 측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정확한 계약금액과 일정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의 이번 방문으로 한화건설의 이라크 신도시 사업 관련 총 공사금액이 1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쩌면 이라크 신도시 사업은 한화건설, 아니 한화그룹에게 울며 먹는 겨자떡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인 한화건설 앞에 수주규모 확대라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놓였다. 생선회 600인분을 들고 현장으로 향한 그 발걸음이 경영복귀를 위한 미담 만들기가 아니었기를 바란다. 한화건설 정상화를 위한 잰걸음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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