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벌3세] 유학파? 국내파? '후계자' 그들의 스펙은…[프롤로그②]'특수 신분' 명문학교 졸업, 대부분 초고속 승진
문병선 기자/ 연혜원 기자/ 김경태 기자공개 2015-01-14 08:28:00
이 기사는 2015년 01월 08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복초등학교나 경기초등학교를 나오고 청운중학교를 졸업했으며 경복고등학교나 휘문고등학교를 나왔다. 모두가 다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해외유학파도 많지만 순수 국내파도 적지 않았다. 물론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더라도 석사 학위 취득을 위해 도미길에 올라 글로벌 감각을 쌓는 경우가 많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으나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에 승계받을 기업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는다'국내 40개 대기업집단 2~4세 경영자들이 가업 승계를 받기 전까지 쌓아 온 주요 공통점이다.
◇'경복초·경기초-청운중-경기고' 출신 다수
경복초등학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를 배출했다. 익히 잘 알려져 있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경기초등학교를 나왔다.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도 경기초등학교를 나왔고 효성가 막내 조현상 효성 사장도 이 학교 출신이다. 이들 초등학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사립초등학교이고 1인당 평균 교육비가 1000만 원이 넘는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재벌 2~4세의 사립초등학교 열풍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경기초등학교는 15명 이하의 소그룹으로 나눠 수업이 진행되고, 철저하게 개인별 수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는 각 학년 원어민 교육이 실시되고 초등학생에 불과하지만 어학연수제도도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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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는 청운중학교 출신이 많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장선익 동국제강 뉴욕지사 관리직 등이 청운중학교를 졸업했다.
요즘은 명문사립초등학교를 나온 뒤 국제학교에 입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요 재벌 3세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엔 국제학교가 없었다. 청운중학교는 국내 대표 부촌으로 꼽히는 성북동, 평창동, 삼청동과 인접해 있어 이들 자제가 많이 입학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는 경복고등학교와 휘문고등학교, 그리고 경기고등학교가 많았다. 범위를 40개 대기업집단에 한정하지 않고 재계로 넓히면 신일고등학교나 외고 출신이 적지 않다.
1960~70년대에 태어난 재계 2~4세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곧바로 미국 유학길에 오른 경우도 적지 않았으나 국내 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촌지간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모두 서울대학교를 나왔다.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도 서울대학교 출신이다. 이 외에 효성가 둘째 조현문 변호사, 태영가 2세 윤석민 태영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 서울대 출신이다.
미국 유학은 부친과 같은 코스를 밟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한진가의 조양호 회장과 세 자녀는 가족이 모두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업계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미국 대학은 '레거시(Legacy)'라 불리는 ‘동문 기여 입학제도'를 허용한다. 가족 중에 동문이 있으면 입학할 때 가산점을 주는 제도로 특히 그 가족이 학교에 얼마나 기부했느냐를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가는 박용성 회장을 비롯해 3세대 등 10여명이 모두 뉴욕대 출신이다.
◇부모세대와 무엇이 다를까
어느 순간부터인가 '재벌' 하면 이제 '재벌3세'를 떠올린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993년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 상무에 취임, '젊은 3세대 경영시대'를 화려하게 연 지도 벌써 20여년이 흘렀다. 3대 경영 세습은 20년 전만 하더라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두산, LG(당시 럭키금성), 코오롱그룹의 3세 시대가 더 빨랐으나 이를 빼면 전례도 많지 않았고 우리 기업 문화가 3대 경영을 받아줄 여건이 되는지에 대한 우려도 컸다.
지금은 다르다. 재벌 2~3세의 군웅할거 시대가 도래했다는 느낌이다. LG그룹 등은 이미 4세 경영 체제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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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부모 세대와 다른 점은 이미 만들어진 '제국' 안에서 비록 혹독한 교육을 받지만 비교적 안락한 삶을 누리고 일찍 미국 등에서 교육을 받아 글로벌 감각을 키운다는 점이다. 생산직 근로자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대부분 초고속 승진을 한다는 점도 창업세대와 다른 점이다.
그래서인지 재벌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도 달라졌다. 예전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재벌을 떠올렸으나 재벌3세 시대에 와서는 이런 시선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반인과 다른 특수신분을 가지고 있고 어려서부터 '제왕학 수업'을 받으며 고급승용차와 최고급 서비스를 받으며 살아간다는 시선이 다수다. 드라마에서 묘사된 재벌3세의 모습이 큰 영향을 주었다. 최근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재벌3세의 이미지를 일그러뜨려 놓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에 알려진 것과 달리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라고 다방면에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어떻게 보면 창업주 세대와 그 다음 세대가 이루어 놓은 제국을 지키는 일이 더 어려워서인지 모른다. 나이가 50대에 육박한 일부 재벌 3세는 지금도 부모 세대의 가르침을 받으며 매사에 신중하고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도록 교육받는 건 재벌3세들만의 고충일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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