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1월 08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한 해 펀드시장을 휩쓴 테마는 배당주였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3조16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배당주식형펀드로는 2조5500억 원이 넘는 뭉칫돈이 밀려들었다.그 중 60%가 넘는 1조6000억 원의 자금이 '신영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으로 쏠렸다. 두번째로 많은 자금이 들어온 베어링고배당증권투자회사(주식)'의 경우 유입액이 40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신영밸류고배당펀드가 배당주펀드 시장을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국내 운용사에서 최초로 출시한 배당주펀드다. 지난 2003년 설정돼 운용 기간만 올해로 14년째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장기 고배당주, 저평가된 우량주에 투자한다는 철칙을 지켜왔다. 사실상 오랜 기간의 노력이 지난해 결실을 맺어 만개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도 170개가 넘는 배당주식형펀드 가운데 특정 펀드가 전체 자금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현상이 정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배당주식형으로 분류되는 펀드 개수만 170개가 넘는데, 나머지 배당주펀드들은 배당주 열풍에도 불구하고 별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쏠림 현상은 특정 펀드에 국한되지 않았다. 판매사 쏠림현상도 심했다. 지난해 가장 뜨거운 인기를 실감한 신영밸류고배당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국민은행이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 초까지 국민은행은 판매잔액(설정액) 기준 약 4500억 원이 증가했다.
두 번째로 많은 판매고를 올린 생명보험사와 세번째로 많이 판매한 증권사가 각각 판매 증가액이 1000억 원 대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차가 크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가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데에는 1위 판매사의 판매 드라이브가 큰 몫을 한 셈이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의 펀드 설정액 규모는 2조 원 넘게 빠졌다. 신한·농협·하나·우리은행 등 경쟁은행이 적게는 몇 천억, 많게는 수 조원 규모로 자금이 증가했는데 유일하게 국민은행만 설정액 규모가 줄었다. 다른 펀드에서는 환매가 발생하는 가운데 국민은행에서 신영밸류고배당펀드의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방증이다.
투자의 기본철학은 '분산'이다. 특정펀드로의 집중 현상도, 특정 판매사가 한 펀드를 몰빵 판매 하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지난해 신영밸류고배당펀드를 세 번째로 많이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은 연초 이 펀드를 추천상품에서 제외했다. 자사 고객의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배당주펀드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한 펀드가, 혹은 판매사가 가장 열심히 판매한 펀드가 최고 수익률을 보장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배당주펀드에 우호적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특정 펀드로의 몰빵은 '악'이 될수도 있다. 판매사의 펀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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