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4월 09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타부타 답이 없었다. 우리의 의사가 회장(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에게 보고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두가지로 해석한다. 하나는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외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다른 하나는 의중을 모르겠다는 점이다. 컨소시엄이라는 공동체를 구성하길 원하지 않는 듯하고 구성원들에게 무언가를 꺼내 보이길 꺼려하는 듯했다."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호반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호반건설로부터 확실한 대답을 듣지 못한 중견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호반건설과 접촉을 해 봤던 기업은 이 기업 뿐 아니다. 기자가 만나보거나 간접적으로 전해들었던 업체 수만 줄잡아 4~5개에 달한다. 이들 기업들 일부관계자의 반응도 미세하게 달랐을 뿐 큰 틀에서는 대동소이했다.
금호산업 매각작업이 중반에 접어들며 김상열 회장의 완주 의지를 의심하는 시각은 드물어졌으나 여전히 그의 복심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게 이번 거래를 주의 깊게 바라보는 핵심 관계자들의 기류다. 이들은 김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끝까지 해보겠다"며 굳은 완주 의지를 밝힌 최근에도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듣지 않는다. 김 회장의 행보엔 늘 감을 잡기 어려운 애매모호함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지난달 20일 제22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출된 김 회장은 광주상의 회장 임기 내내 보조를 맞추게 될 상근부회장으로 그가 한참 맞붙어 싸우는 인물로 비춰지고 있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임원을 임명했다. 오세철 전 금호타이어 대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바깥에서 뿐 아니라 금호 내부나 호반건설 안에서도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어느 해석이 맞는 지 그 진위 여부와 별개로 김 회장의 행보엔 알듯 모를듯 중의적(重義的) 행보가 뒤따랐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을 최초로 매입했던 지난해 후반 김 회장의 복심 논란이 있었다. 김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매입을 지시하면서 실무진에겐 정확한 의중을 밝히지 않았다. 호반건설 실무진은 "금호산업 인수에 뜻이 없다"고 대외적으로 밝혔고 시장은 반신반의 했다. 결국 올해 들어서야 김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시장의 의구심이 맞았다는 게 드러났다. 그러나 김 회장과 호반건설이 초기 시작하던 마음과 달리 어쩔 수 없이 시장의 해석대로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호반은 금호산업 지분을 매집해 파는 선에서 일이 끝나면 단순히 주식투자를 해 돈을 번다는 '투기꾼' 취급을 받는다는 점을 알고 있다. 대외적 이미지를 고려해 금호산업 M&A에 뜻이 없더라도 시장의 해석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하는 점 또한 있었다"고 했다.
금호산업 M&A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여러 시장 관계자들은 김 회장의 진정성을 여전히 반신반의한다. 호반건설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대외관계에 능통한 듯 보이지만 실제론 대외 이미지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회장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가 거래 관계자의 관심이다. 아무리 높은 가격을 써 내더라도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포기를 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는데도 그가 '고'를 외치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목적이 등 뒤에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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