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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STX프랑스 떠넘기기 [thebell note]

김장환 기자공개 2015-06-03 09:14: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01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 STX프랑스 인수전을 둘러싸고 또 다시 내홍에 빠졌다. 정성립 사장을 자리에 앉히자 반발하고 나섰던 노조의 마음을 간신히 달랜 지 불과 한 달여 남짓. 산업은행이 STX프랑스를 대우조선해양에 떠넘기려 하면서 파열음이 재차 나오고 있다.

STX프랑스는 지난해 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산업은행 품에 안긴 곳이다. 강덕수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대주주로 올라선 산업은행은 이후 STX조선해양에서 자산 매각을 통한 경영 정상화를 시도했다. STX조선해양이 지분 66.66%를 보유한 STX프랑스가 이를 위해 내놨던 대표적인 매물이었다.

지난해 말까지 STX프랑스 매각을 완료하려던 산업은행은 원매자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조선업황 침체가 이어지고 있었다. 더구나 STX프랑스는 크루즈 전문 조선소다. 불황 속에서는 수요처를 찾기가 더욱 힘든 분야다. 2대주주(33.34%)로 올라 있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조속한 처분을 요구하는 항의까지 들어오면서 산업은행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산업은행이 대안책으로 삼은 것이 다름 아닌 자신들이 대주주로 올라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매물을 떠넘기는 방안이었다. 이달 초 대주주 산업은행과 매각주관사 크레딧스위스는 대우조선해양에 STX프랑스의 공식 인수를 제안했다. 가격은 2000억 원대 안팎으로 전해진다.

대우조선해양은 STX프랑스 인수를 긍정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아커야즈(STX유럽) 인수를 검토했을 당시 이미 크루즈 전용 선사를 보유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유리하다는 내부 판단을 내렸다. 다만 당시에는 산업은행의 반대로 인수가 무산됐다. 동종 사업분야를 이번에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가져가라고 한 것인 만큼 거부할 이유가 별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아커야즈 매각전이 벌어졌을 당시와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현실은 너무나 다르다. 기본적으로 자금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올해 3월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이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은 단 240억 원에 불과하다. 2006년 초까지만 해도 4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속된 업황 부진으로 유동성이 크게 약화됐다.

올해 1분기에는 빅배스(Big Bath)까지 단행한데다 하반기 추가적인 장기매출채권 손실 반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황 부진에 수급 전망도 불안하다. STX프랑스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진 것도 사실 대우조선해양의 입장이기 보다는 산업은행에서 흘러나온 말들이란 얘기도 들린다. 사실상 대주주 눈치보기에 급급해 별다른 말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뭐가 됐든 산업은행이 STX프랑스를 대우조선해양에 넘기려 시도하고 있는 것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회사의 경영 사정 및 환경을 모르고 추진한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다. 연임이 예상됐던 고재호 사장을 교체한 것도 잠재 부실이 가장 큰 원인으로 거론됐었다. 결국 자신들에게 닥칠 수 있는 부실을 떠넘기기 위한 무리한 시도로 읽을 수밖에 없다. 대주주로서의 자격을 의심할 정도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STX프랑스 인수를 시도할 경우 총파업을 해서라도 막아내겠다는 입장이다. '갑의 횡포'라고 까지 언급할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다. 산업은행이 측근 정성립 사장을 앉히며 세웠던 대립각을 무너뜨린지 불과 한 달여도 지나지 않았다. 무리한 STX프랑스 매각 시도가 산업은행의 자충수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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