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6월 03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단기국공채펀드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순자산 1조 원을 돌파했다. 국내 채권형펀드 가운데 오랜 만에 운용 규모 1조 원을 넘어서는 대형펀드가 등장한 셈이다. 현재 1조 원 대 국내 채권형펀드는 '한화단기국공채증권투자신탁(채권)'과 '교보악사Tomorrow장기우량증권투자신탁K-1(채권)' 등 2개에 불과하다.교보악사Tomorrow장기우량채권펀드의 경우 기관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계열사 교보생명 변액보험 자금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반면 한화단기국공채펀드는 순수 리테일 자금만으로 운용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화단기국공채펀드의 이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는 운용사인 한화자산운용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7월 '한화정통액티브증권투자신탁1(채권)'을 단기국공채펀드로 리모델링한 지 1년도 안돼 공룡펀드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1년 전만 해도 운용규모가 6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투리 펀드' 신세였다. 한화자산운용으로선 단기국공채펀드로의 리모델링이 '신의 한수'였다.
하지만 정작 한화자산운용은 초대형펀드의 등장에도 맘 편히 웃지 못하고 있다. 자금이 몰린 펀드가 국내 주식형이나 일반 회사채형이 아니라 단기국공채형이기 때문이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펀드에 장기투자해 초과 수익을 목표로 한다면 액티브 주식형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한다면 회사채형펀드로 자금이 몰려야 한다"면서 "같은 채권형펀드라도 수익률이 훨씬 높은 한화코리아밸류채권펀드를 제치고 단기국공채펀드로 1조 원의 자금이 몰리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화코리아밸류채권증권투자신탁(채권)종류C'의 최근 1년 수익률은 4.33%에 달하는 반면 한화단기국공채펀드의 같은 기간 성과는 2.7%에 그치고 있다. 무려 2%포인트 가까운 수익률 격차에도 불구하고 한화코리아채권밸류의 운용규모는 600억 원 수준에 멈춰 있다.
상대적인 수익률 매력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단기국공채펀드로 자금이 몰리는 배경은 확실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잠시 유동성을 맡기는 창구로 이 펀드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단기국공채형펀드로 몰린 투자자 수요는 대부분 3개월에서 6개월 미만의 단기 부동자금이다.
실제로 한화단기국공채펀드를 판매하는 은행 직원은 "국내 주식형펀드를 환매한 자금의 일부나 만기가 된 은행 예적금을 재예치하지 않고 단기국공채펀드에 넣어두는 고객이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지난 4월 이후 주식 거래대금이 폭증하며 코스피지수 최고점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지만 정작 국내 주식형펀드 시장엔 아직 '봄'이 도래하지 않은 셈이다. 개인 주식거래량은 크게 늘었지만 국내 주식형펀드에선 돈이 여전히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한달 사이에만 2조 원이 넘는 자금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유출됐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3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기간을 잡고 단기국공채펀드에 자금을 넣은 투자자들 가운데 1년 가까이 요지부동인 자금이 많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긴 주식형펀드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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