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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대 멘 '엘리엇', 합병 반대 구심점 되나 삼성물산 저평가 논란 가중..외국인·기관 결집 여부 촉각

박창현 기자공개 2015-06-04 15:52: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04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 작업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저평가를 근거로 합병 반대 선봉장에 서면서 세력이 규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엘리엇은 최근 장내매수를 통해 삼성물산 1112만 5927주(7.12%)를 취득했다. 보유 목적은 경영참가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이 삼성물산 가치를 과소평가해 주주 이익에 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양 사 합병안 발표 당시에도 삼성물산 저평가는 핵심 이슈로 부각됐다. 합병 가액 산정을 위해 책정된 삼성물산 지분가치는 8조 3893억 원이었다. 이는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 계열사 주식 가치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 삼성SDS, 제일기획, 삼성엔지니어링 등 그룹 핵심 상장사 7곳의 주식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유 상장사 주식 가치만 12조 원이 넘는다. 삼성전자 보유 주식만 해도 가치가 8조 원에 육박한다. 그룹 상장사 외에도 국내외 150곳 이상의 기업 주식도 갖고 있다. 올 3월 말 기준으로 타법인 출자 주식 장부가액은 16조 72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상장사인 까닭에 보유 자산과 관계없이 최근 1개월 간 평균 주가로 기업가치가 매겨졌다. 더욱이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삼성물산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던 시기에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은 이재용 부회장과 이건희 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율이 42.15%에 달한다. 반면 삼성물산은 이건희 회장만 지분 1.37%를 가지고 있다. 오너일가가 합병법인의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제일모직 주가는 오르고, 피합병 대상인 삼성물산 주가는 떨어지는 시점을 합병 타이밍으로 잡았다.

실제 제일모직 주가는 지난해 12월 상장된 후 최근까지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14만 원대에서 16만 원 대로 올랐다. 반면 삼성물산은 경영 실적 하락 여파로 7만 원대 주가가 5만 원대까지 내려 앉았다. 그 결과 제일모직은 합병가액은 15만 9294억 원으로, 삼성물산은 5만 5767원으로 결정났다.

합병 발표 당시 시장에서도 삼성물산 저평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3세 승계라는 큰 그림이 그려졌고, 결국 삼성물산 주주들도 합병법인 지분 취득을 통해 지배구조 프리미엄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저평가 논란 역시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엘리엇의 등장으로 판세가 180도 달라진 형국이다. 엘리엇이 저평가 불만을 품고 있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엇 역시 현재 보유 지분이 7%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합병 반대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세력 규합이 필수적이다.

삼성물산 지배력이 취약한 삼성그룹 입장에서도 엘리엇의 세력 확장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이 갖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14.06%에 불과하다.

다만 엘리엇이 경영 참여를 앞세워 국내 대기업에 투자했던 여타 헤지펀드와 마찬가지로 차익 실현을 최우선 목표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를 모아 합병을 무산시키더라도 향후 주가를 끌어올릴 호재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장기 보유 실익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엘리엇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등 주요 주주들에게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삼성물산은 외국인 지분율이 32.11%에 달하고 국민연금(9.79%) 등 다수의 기관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결국 엘리엇의 차기 행보가 합병 반대 진정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엘리엇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삼성물산 저평가 문제가 다시 한 번 부각되면서 다양한 변수가 파생될 여지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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