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6월 12일 07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기업 삼성그룹이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헤지펀드 엘리엇의 잇단 공격을 받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가업승계의 정점을 잇는 중요한 길목에서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삼성물산의 제일모직 합병 결의와 의결권 부활을 위한 자사주 매각에 모두 소송이 걸렸다.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지면서 삼성물산 주가는 연일 강세를 띠고 있다. 업계는 엘리엇의 급습을 순환출자 중심의 한국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지배구조 이슈와 전혀 무관할 것 같은 건설업계로 불똥이 튀었다. 건설부문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 근거를 제시하면서다. 삼성물산은 엘리엇이 공세 수위를 높이자 ‘미래 불확실성'을 얘기했다. 장기간 지속된 국내 건설경기 침체와 해외사업 수익성 저하 등 업황 부진을 타개하고, 기업가치를 증대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건설업 종사자들은 이를 일종의 사형선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업 시너지를 얘기했지만 행간의 의미는 ‘건설' 자체를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삼성그룹이 가진 정보력과 사업 예측력을 생각하면 더욱 흘려보낼 수 없는 얘기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한 대형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는 "갈수록 줄어드는 일감과 이를 대체할 새로운 시장 개척을 생각하면 밤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물산의 견해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전자와 금융으로 대변되는 삼성그룹은 누구보다 건설업을 오래했다. 건설업을 또 잘 안다. 지난 1963년 서울 을지로에 사옥(삼성빌딩) 건립을 위해 동화부동산을 설립, 건설업과 처음 인연을 맺은 뒤로 오피스빌딩 관리, 골프장 건설, 주택사업, 해외 건설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박정희 정부 시절 국책사업인 서울 사당동 택지를 개발했으며, 경기도 안양 등 수도권 일대 주택 공급에 앞장섰다. 이어 중동 사업이 한창이던 1970년대 삼성종합건설을 설립해, 삼성물산의 자회사로 뒀다. 기업가치 증대는 당시 삼성물산 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이 가업을 승계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했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주택시장에 ‘래미안' 돌풍을 일으켰다. 건설업 흐름을 볼 줄 알았고, 이를 적절하게 지배구조에 활용했다.
이런 삼성물산이 스스로 건설업 불확실성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동종업계 불안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주요 먹거리인 해외사업 활로가 막혀있는 데 우려감이 크다. 유가하락 등의 여파로 수주가 끊기다 시피 했다. 주택시장 반짝 호황이 끝나면 또다시 매서운 한파가 몰아칠 것이다.
패션·식음·건설·레저·바이오 등을 아우르는 신(新) 삼성물산은 어떤 모범답안을 준비하고 있을까. 삼성물산의 미래 불확실성은 역설적으로 제일모직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된다. 지배구조 강화 차원에서도 건설을 활용한 외형 증대가 필요하다. 어쩌면 그 속에 사양길에 접어든 건설업종의 미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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