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긴급할 때 '범삼성家'는 없었다 삼성 SOS에 손 내민 KCC와 대비, '연대 의식' 사라져
문병선 기자공개 2015-06-12 08:17: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11일 16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엘리엇어쏘시에이츠엘피(이하 엘리엇)와 첨예한 의결권 싸움을 벌이며 험난한 합병 일정을 소화해가고 있는 위중한 때 가장 도움을 줘야할 친인척은 보이지 않았다. 삼성물산 지분 장내 매입 등을 통해 소수 지분이라도 우호적으로 행사해 '백기사'로 나설 것이라는 재계 일각의 전망도 실현되지 않았다.연대 의식이 사라진 '범삼성가' 친인척간 기류와 사업기회가 있다면 뿌리가 다른 기업이더라도 합종연횡에 나설 수 있다는 최근의 재계 기류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KCC는 지난 10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삼성물산 자사주(5.76%)를 6743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정몽진 대표이사 회장 등 주요 경영진과 사외이사 5명 전원이 참석했다. 지난해 KCC가 개최한 이사회에서의 사외이사 출석률을 감안하면 매우 긴급하게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출석률이 높은 셈이다. KCC 주요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얼마나 이 사안을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KCC가 이렇게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동안 삼성그룹의 '백기사'로 나설 법했던 범삼성가 일원들은 단 한 곳도 이 사태에 개입하지 않았다.
범삼성가 재벌은 신세계그룹, CJ그룹, 한솔그룹, 보광그룹 등이다.
사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단 한 주가 아쉬운 상황이다. 국내외 기관 투자가들에게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들까지 나서고 있고 법무팀을 중심으로는 엘리엇의 소송전에 대비할 전략을 짜내느라 눈코뜰 새 없다. 이럴 때 삼성그룹의 백기사로 나서 준다면 국내 최대 재벌 삼성그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사업기회도 잡을 수 있다.
범삼성가가 이렇게도 조용한 이유로는 부족한 자금여력과 오너 부재 상황이 우선 꼽힌다.
신세계는 작년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685억원에 불과하고 신세계의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도 작년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605억원에 불과하다. 6000억원이 넘는 거액이 필요한 긴급한 상황에서 뭔가 도움을 주고 싶어도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한솔그룹이나 보광그룹도 이런 거액의 자금이 없어 KCC처럼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CJ는 작년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어 긴급하게 거액의 자금지출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삼성과의 해묵은 감정도 존재하고 있긴 하다.
그렇다하더라도 시장 일각에서는 이들이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소량의 지분 만이라도 장내에서 매입해 삼성물산의 백기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삼성물산과 미국계 펀드 엘리엇의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삼성그룹은 적지않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평소에는 경쟁 또는 다툼을 하더라도 위기 때에는 뭉친다는 재벌가의 사례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으나 결국은 범삼성가 일원이 아닌 범현대가 일원인 KCC가 삼성의 백기사가 됐다.
업계에서는 범삼성가가 크고 작은 경쟁과 싸움을 해 오면서 연대 의식이 거의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호텔신라의 경우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 진출을 위해 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았다. 범삼성가 일원인 신세계가 면세점 등의 사업 분야에서 호텔신라와 경쟁 관계에 들어선 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CJ그룹과 삼성그룹과의 다툼은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건희 회장간의 상속 소송으로 절정에 달했다. 한솔그룹은 일부 사업 분야에서 삼성과 겹치고 있으나 예전만큼 활발한 교류는 없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삼성그룹도 딱히 불편한 관계인 범삼성가 기업들에게 'SOS'를 보내기보다 기존에 제일모직 지분을 갖고 있고 재무 여력이 있을 뿐 아니라 이번 합병과도 연관이 있는 KCC에 'SOS'를 보냈다는 설명이 설득력있다.
재벌가 오너 3세 시대로 거쳐오며 아버지 세대에서 보였던 연대감은 사라지고 뿌리가 다른 그룹끼리라도 회사의 이익을 위해선 합종연횡도 불사하는 요즘의 재계 기류도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현대면 현대, 삼성이면 삼성 등 혈연 중심으로 편을 가르는 시대는 지났다"며 "KCC는 지금도 매출의 상당 부분을 현대차 및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에 의존하고 있으나 사업의 필요성에 따라 얼마든지 삼성과 제휴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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