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기재부, 농식품모태펀드 이관 '명분 쌓기' 나섰나 기재부, 농금원·한국벤처투자 역량평가 KDI에 맡기면 '통합 근거만들기'로 해석돼

양정우 기자공개 2015-06-15 08:14:14

이 기사는 2015년 06월 12일 10: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획재정부가 추진 중인 '농식품모태펀드 이관'을 둘러싸고 잡음이 커지고 있다. 일단 운용역량평가를 실시한 후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는 내부 방침에 대해 결국 명분쌓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농식품경영체 투자 일선을 누비는 심사역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농식품모태펀드는 그동안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운용기관으로서 제 몫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기재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3대 분야 기능조정 추진방안'에서 운용기관이 한국벤처투자로 변경될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모태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한국벤처투자가 농식품모태펀드까지 일임하는 게 중복 기능을 일원화하는 정책 노선에 부합한다는 판단에서다.

12일 벤처캐피탈업계에 따르면 기재부는 농금원과 한국벤처투자를 대상으로 운용역량평가를 실시한 후 결과에 따라 통합 여부를 확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먼저 운용 효율성과 전문성이 높은 기관을 판가름하고 나서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의 내부 방침을 바라보는 벤처캐피탈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사실상 운용기관을 변경하겠다는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시도로 보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규모나 인력에서 현격한 격차가 나는 두 기관을 어떤 잣대로 평가할지 모르겠다"며 "단순히 정량평가하지는 않겠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농식품모태펀드 운용의 특수성을 제대로 감안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단순 비교를 하더라도 지난해 말 기준 한국벤처투자의 펀드 운용규모(9조 5096억 원)는 농금원(5490억 원)의 20배에 가깝다.

'명분쌓기용 사전 작업'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는 시각에서는 무엇보다 운용역량평가를 담당할 기관으로 기재부 산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꼽히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기재부의 입김이 닿는 기관에서 평가를 내린다면 그들의 의도를 충분히 살려줄 근거를 충실하게 만들어 줄 것이란 시각이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기재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사이에서 이견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KDI에서 운용역량평가를 맡을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며 "만일 KDI에서 평가 작업에 들어간다면 농금원이 공정한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농식품부와 아직 평가 방식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KDI가 역량평가를 맡기로 정해진 사항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농식품투자조합을 운용하는 벤처캐피탈이 이관 작업을 무리수로 여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들은 이제 막 자리잡기 시작한 농식품경영체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로 농식품모태펀드가 이관되면 중진·문화 등 다른 계정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정시 공모를 통해 한 번에 위탁운용사(GP)를 뽑을 경우 선뜻 농식품투자조합에 지원하는 하우스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성과가 미흡하면 자연스레 출자사업의 축소가 예상된다.

농식품투자조합을 별도로 운용하자는 본래 취지도 이를 염두에 두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다. 농식품투자조합은 정책 목적이 뚜렷한 만큼 운용이 까다로워 지금도 인기있는 분야가 아니다. 벤처캐피탈업계를 좌지우지하는 대형업체들은 아직 농식품분야에 발을 들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농식품모태펀드가 성장했던 배경에는 농금원이 자리잡고 있다는 평이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청 소속인 한국벤처투자로 농식품모태펀드가 이관되면 아무래도 지금처럼 농식품경영체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기는 힘들 것"이라며 "농금원은 투자처 발굴에도 직접 나서며 벤처캐피탈을 측면에서 지원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제약, 환경 등 영세한 중소·벤처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민간 LP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정책적 의지를 가지고 출자에 나설 모태펀드들이 더 나와줘야 한다"며 "한국벤처투자로의 농식품모태펀드 통합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