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지는 유암코, 리스크 통제장치 부족…외풍엔 취약 [유암코 확대개편]은행연합회 영향...투자심의회 독립성 문제
윤동희 기자공개 2015-09-21 09:41:00
이 기사는 2015년 09월 18일 16: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신설안이 무산되고 유암코 확대개편안이 선택된 가운데, 사업부 형태로 관련 업무를 수행할 경우 독립성 문제와 리스크 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신규설립하지 않고 유사 기능을 수행 중인 유암코를 확대개편한다고 밝혔다. 은행연합회가 소속 은행의 의견을 모아 건의한 데 따른 조치다.
당초 금융당국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캠코 등 9개 기관의 출자를 바탕으로 신규 회사를 설립할 예정이었다. 이 회사는 프로젝트 펀드 형식으로 구조조정 기업의 필요에 따라 펀드를 조성해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는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민간 주도의 구조조정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고안된 회사였다. 채권단의 협의만을 바탕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경우 비협약 채권에 대한 관리가 어렵고 은행 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어려워 정부가 중재역할을 맡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암코 안의 신규 사업부 설립으로 기존 계획이 대체되면서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 취지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시중은행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지만 유암코도 외풍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은행 관계자는 "신규 회사 설립이나 유암코 사업부 설립이나 출자 관점에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다만 리스크 통제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못 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때는 당국에서 채권은행 의견을 많이 반영해 내부 리스크 통제장치를 만들 수 있는데 사업부 형태로 들어가면 기존 시스템에 손을 대기 힘들어진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는 투자심의위원회와 투자자문위를 갖출 예정이었다. 투자심의위는 투자 대상기업을 선정하고 PEF의 유형과 투자구조, 회수 시기 등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 기구다. 투자자문위는 투자 업무와 외부 평가기관 선정기준에 대한 자문을 맡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업부 내로 들어가게 되면 구조조정 사업부는 유암코 내부의 다른 최고의사결정 기구에 종속된다. 담당 임원 선출이나 투자심의, 펀드 운용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유암코의 이사회와 대표이사, 기존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로 새로운 형태의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이 작동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암코의 이사회는 은행 출신의 유암코의 대표이사 등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표이사는 2009년 유암코 설립부터 계속 대표를 맡고 있는 이성규 사장이다. 이 사장은 1998년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 당시 구조조정위원회 사무국장을 맡는 등 대표적인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게다가 유암코 정관에는 주주총회의장을 전국은행연합회장이 수행한다고 적혀있다. 주주는 아니지만 주요한 의사결정에 은행연합회가 참여한다는 의미다.
은행연합회장은 관(官)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자리다. 은행연합회는 5개 금융권 협회 중 유일하게 회장 선출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곳이다. 사전 검증 절차가 없을뿐더러 자격 기준 등도 공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은행연합회의 역대 회장 인선은 사실상 정부의 입김이 작용해왔다. 지난해 말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정될 때도 정부 내정설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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