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0월 26일 0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사 최대 리스크였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는 금융위기 이전 건설사 재무제표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PF 채무는 건설사들이 지급보증을 하는 조건으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중소 시행사 부채로 둔갑해 있었다. 부동산 경기가 고꾸라지면서 PF 사업이 한 둘씩 좌절되자 숨어있던 건설사 지급보증이 현실화됐고 일부 건설사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금융위기를 거치며 시행사 PF 채무를 건설사들이 직접 인수하기 시작하자 숨겨진 부채가 양성화됐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PF 조달 방식의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건설사 지급보증으로 부족했던 신용공여가 PF 채권 매입약정 등 증권사 리스크로 둔갑하기 시작했고 이 역시 드러나지 않았다. 이를 간파한 금융감독 당국은 각 증권사별 건설사 PF 채무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전후로 건설업 뿐 아니라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PF 이야기다.
PF와 유사하게 최근 증권사에 숨겨져 있는 리스크로 지목되는 게 바로 주가연계증권(ELS)이다. ELS와 관련된 개별 증권사들의 정보가 없는 가운데 'ELS 괴담'이 떠돌기 시작했다. 모 대형증권사는 500억 원 이상 손실을 보고 있다느니, 모 중견 증권사는 ELS 막차를 타면서 연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물론 실체는 없다. 하지만 개연성이 높은 소문들이다. 자체 헤지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높아진 가운데 주요 자산으로 사용한 HSCEI 그리고 EURO STOXX50 등 주요 지수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평가 손실 뿐 아니라 지수 하락에 따른 빈번한 매매로 수수료 부담이 보태지면서 증권사 비용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조기상환이 되지 않고 녹인도 되지 않은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증권사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런데 관련 정보는 꽁꽁 숨겨져 있다. 자체 헤지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자산을 담고 있는지 그래서 어느 정도의 손익을 기록하는지가 일급비밀이다. 증권사 재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신용평가사들도 난감해 하고 있다. ELS와 관련된 운용 정보가 최근 증권사 수익과 건전성과 직결돼 있는 핵심 사항임에도 관련 정보를 제공받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후문이다.
ELS 정보를 어느 정도 받아본 감독당국도 증권사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ELS 계정을 분리할 회계 원칙이 없고 법적인 지위도 없어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ELS 자산과 자기자본 계정이 뒤섞인 경우가 허다했다는 게 당국 관계자의 전언이다. 감독당국도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ELS 계정에 대한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ELS가 국내 주식시장 전체를 뒤흔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의 수십배인 100조 원대 시장으로 급팽창한 국내 ELS 시장, 이제 개별 증권사 리스크 차원을 넘어섰다. 금융시장 건전성 측면에서 ELS 정보는 공개돼야 한다. 리스크는 숨기면 불어나지만 노출되는 순간 그 파괴력은 현저히 줄어드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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