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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위한 선단 확장, 부메랑으로 [용선료 덫 걸린 현대상선]②금융위기 이후 고가 용선계약, 해운업 활황 기대 빗나가

권일운 기자/ 박창현 기자공개 2016-02-05 08:47:00

이 기사는 2016년 02월 04일 10: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상선의 발목을 잡는 고가 용선료는 선박 도입 당시부터 해운 업계의 논란이 돼 왔다. 치킨 게임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지만, 시세대비 지나치게 높은 프리미엄을 지급한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다는 게 해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대상선이 장기 용선 계약을 체결한 컨테이너선은 총 40척으로 전체 컨테이너선 64척의 3분의 2에 달한다. 이들의 용선료는 선박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큰 1만 3000TEU 급의 경우 하루 5만 달러, 가장 작은 2200TEU급은 1만 5000달러가량이다. 40척의 용선료를 어림잡아 계산하면 연간 5억 달러로 한화 6000억 원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용선료가 현재 시세에 비해 턱없이 높게 책정돼 있다는 점이다. 선박마다 차이가 있지만, 현대상선이 지급하고 있는 용선료는 시세대비 최소 2~3배가량 높은 상태다. 일례로 하루 5만 달러를 주고 빌리는 1만 3000TEU 급의 시세는 1만 8000~1만 9000달러 선에 불과하다. 하루 3만 달러를 주고 빌리는 5000TEU 급의 경우 시세가 6000~7000달러에 불과해 가장 격차가 크다.

현대상선이 이처럼 높은 용선료 부담을 짊어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해운 업황 예측 실패다. 현대상선은 금융위기 이전 해운 경기가 정점을 찍자 사세 확장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생각했고, 대형 선박을 잇달아 빌렸다. 현대상선은 당시 해운 업황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10~12년 단위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상선이 선단 확장에 사활을 건 것은 치킨 게임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컨테이너 운송 업계가 인수합병(M&A)과 해운 동맹(얼라이언스) 형성 등으로 잇따른 합종연횡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메이저 선사 가운데 하나인 현대상선 역시도 규모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선단 확장이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도 현대상선이 체결한 용선 계약은 해운 업계에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당시 여러 에이전트가 개입해 수수료 비용이 커진 것도 용선료를 높인 요인 중 하나였다는 게 현대상선 사정에 밝은 관계자의 지적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금융위기 이후 컨테이너 해운 업황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던 시기에도 당시 시세대비 2~3배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해 용선 계약을 맺은 적도 있다"면서 "용선 계약 자체가 굉장히 비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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