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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T 불완전판매 논란, ISA로 확산될까 [ISA 진단] ELS 쏠림 가능성…일임업 허용, 은행 운용·판매 리스크 우려

이승우 기자공개 2016-03-21 10:30:00

이 기사는 2016년 03월 16일 10: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중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급락하자 투자자는 물론이고 정책 당국자들도 비상이었다.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위험이 커지자 불완전판매 이슈가 덩달아 제기됐고 감독당국도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촉각을 곤두세웠다. ELS 투자자는 물론이고 발행 증권사들의 운용 손실이 커졌고 특히 신탁을 통해 은행 고객들에게 팔린 주가연계신탁(ELT)이 불완전 판매의 온상으로 지목됐다.

ELS로 인한 증권사 건전성 문제와 ELT를 중심으로 한 불완전판매 논란은 여전한 이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재산증식 프로젝트의 중심축인 ISA로 이 논란이 옮아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ISA는 펀드와 예금 그리고 ELS를 주로 담는 계좌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감독당국에게는 항상 골칫덩이인 신탁 뿐 아니라 정부가 은행에게 일임 운용도 허용하면서 불완전 판매 이슈가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ISA, ELS의 또다른 하마…정부 파생상품 대책과 상충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부터 금융사별 계좌 가입이 시작되는 ISA 시장 규모는 15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50조 원은 우리나라 일년 예산의 3분의 1 수준일 정도로 큰 규모다. 세제혜택에다 통합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매력이 있어 시장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ISA에 포함될 금융상품은 향후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으로서는 예금과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환매조건부채권(RP), ELS·DLS로 대변되는 파생상품 등이다. 현재 ISA가 편입할 수 있는 상품이 제한적이어서 특정 상품으로 쏠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쏠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품이 바로 ELS.

신한금융투자가 자사 PB 100명을 대상으로 ISA의 상품별 투자비중을 묻는 질문에 37%가 'ELS·DLS'를 우선적으로 주목할 상품이라고 응답했다. '펀드와 예금'은 20%, RP(환매조건부채권)는 12%로 집계됐다. 타 금융회사 여러 PB를 만나봐도 이 결과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답변을 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설문 결과를 전제로 하면 ISA 시장 규모 150조 원의 37%, 즉 50조 원 정도가 ELS로 채워진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 ELS 시장 규모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신규 수요가 ISA를 통해 창출되는 셈이다. 기존 ELT 고객이 ISA로 투자 창구를 바꾼다 치더라도 ISA가 ELS 수요를 늘린다는 걸 부인할 순 없다.

증권사 관계자는 "ISA에 편입할 수 있는 상품이 현재로서는 제한적인 가운데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기존 ELS 신탁, 즉 ELT의 대안 계좌로 각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ELS ISA'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ELS 시장 규모를 줄이는 노력을 해왔던 감독당국의 정책 방향과 다소 거리가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파생상품 규제 대책의 핵심은 ELS 시장이 너무 커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은행 일임업 허용, 불완전 판매 이슈 확산 가능성

ISA는 신탁형과 일임형으로 나뉘어 있다. 신탁형은 가입자가 구체적인 금융상품을 지정하는 것이고 일임은 말 그대로 금융회사가 알아서 금융상품을 선택하고 운용하는 방식이다. 일임업은 은행들이 그동안 해보지 못한 영역인데 정부가 ISA에 한해 이를 허용했다. ISA에 한해 은행의 자율권이 최대한 보장된 셈이다.

문제는 주어진 자율에 걸맞게 금융회사들이 얼마나 운용을 잘 할 수 있느냐다. 일임업을 해본 적이 없는 은행이 다수의 고객 자금을 제대로 굴려 수익을 제대로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 대부분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다수의 고객 돈을 굴리는 주식형신탁을 해 본 적이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 이 상품은 유명무실하게 됐다"며 "관련 전문가도 없고 운용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은행 내부에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때문에 은행 일임 ISA는 증권사 랩 상품이나 신탁상품을 가져와서 되파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운용 측면 뿐 아니라 판매 채널에서의 불완전 판매 이슈는 여전한 숙제다. ISA가 아니더라도 이미 신탁은 불완전 판매 소지가 여전히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상품 툴(Tool)이다. 동양 사태와 프로젝트파이낸싱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 최근에는 ELS로 불거진 ELT 문제 등으로 인해 감독당국은 늘 신탁을 규제의 대상으로 인식해 왔다. 이같은 문제 의식을 그대로 유지한 채 신탁보다 더 자율적인 일임업을 은행에 허용하게 되면서 불완전 판매 이슈는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서류 작성을 통해 형식적으로 동의를 받겠지만 운용을 하다 손실이 나게 되면 대중 고객의 접점에서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며 "이미 과거에 PF와 최근에는 ELT에 대한 불완전판매가 여전한데 ISA라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듯 정책당국도 일임형 ISA에 대해 경계하는 눈치다. 금융당국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사가 상품 판매시 실시하는 5단계 고객 투자성향 평가 중 안정형과 안정추구형 고객에 대해 고위험 파생상품을 편입하는 투자일임형 ISA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유형 고객들의 일임형 ISA에는 예금이나 적금, 환매조건부채권(RP), 원금보장형 파생상품과 우량등급 채권형 펀드 등 안전자산만 편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신탁형 ISA의 고위험 파생상품 편입은 제한을 두지 않을 방침이다. 안전자산 선호 고객이라도 현재처럼 투자성향과 상관없이 구비 서류를 첨부하면 고위험 파생상품을 담은 신탁형 ISA 상품 판매가 가능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임 ISA의 불완전 판매 이슈는 여전한 가운데 신탁형 ISA도 알게 모르게 일임 형태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며 "ISA 불완전 판매 이슈는 정부에게 늘 따라다닐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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