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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 '끝나지 않은 겨울' [thebell note]

김선규 기자공개 2016-04-18 08:16:08

이 기사는 2016년 04월 14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여전히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제품 개발에도 숨가쁜 상황에서 오리지널 업체를 상대로 특허 싸움을 해야 한다. 기대를 모았던 기업공개(IPO)도 무기한 연기되면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실망스러운 영업실적 성적표를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따뜻한 봄날은 더욱 멀게만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겨울은 홀로 견디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길게 느껴진다. 경쟁 대상으로 언급되는 셀트리온은 지난 6일 바이오 의약품 시장규모가 가장 큰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항체 바이오시밀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획득한 것은 셀트리온이 처음이다. 삼성그룹 내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지난해 매출이 130% 이상 급증했고, 2공장 밸리데이션(validation)을 끝마치면서 CMO(위탁생산)업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물론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셀트리온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시장에서 퍼스트무버(Fisrst Mover)로 자리매김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이에는 상당한 기술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마냥 한파만 겪은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차제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획득했고, 2번째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도 유럽 품목 허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겨울이 지나가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바이오시밀러 같은 고가 바이오 의약품 산업은 후발업체의 추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이 추구하는 패스트 팔로우(fast-follow) 전략으로는 시장진입 이후 일정 수준 이상의 장악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바이오시밀러는 분명 황금알을 낳는 거위 사업이다. 하지만 단순 제조업과 달리 호흡이 길고 인내가 필요하다. 셀트리온이 만들어 낸 성과도 10년 이상 공을 들인 결과물이다. 사석에서 만난 김형기 셀트리온 사장은 "'흑수저'로 태어나 시장에서 온갖 무시를 당하며 이 자리까지 왔다"며 "지난 시간은 견디기 힘든 혹독한 겨울 같았다"고 회고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태생적으로 '금수저'인 탓에 기대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설립된 지 4년밖에 안된 신생기업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이제 기어가기 시작한 아이에게 뛰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오간다.

당분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겨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라는 막강한 배경을 앞세워 전력질주를 하더라도 수많은 고비를 이겨내야 할 것이다. 마치 어린 아이가 걷기 위해 수만 번 넘어져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위험도 높은(High risk) 사업이지만,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봄날을 기대하며 차가운 겨울 바람을 차분히 이겨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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