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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현대, 자율협약 수용 여부..신용 변화 '관건' [기업 구조조정 파장]한진해운 '오너 리스크' 대두…대한항공, 사채권자집회 후 추가 지원 가능성

김병윤 기자공개 2016-04-27 13:21:27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5일 1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업황 부진→실적·재무 악화→계열사 지원 부담 가중'의 악순환을 겪은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이미 채무불이행으로 디폴트 등급인 'D'로 내몰린 현대상선의 전철을 밟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자율협약 수용 여부에 회사 운명이 내몰린 상황이다. 신용등급 측면에서는 자율협약이 등급 방어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오너(owner)가 경영권을 포기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회사 회생을 위해 사재 출연까지 한 현대그룹과 달리 한진해운 측은 아직 잠잠한 상태다. 되레 미공개 정보 주식 매매로 오너 리스크가 부각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오너 리스크를 자율협약의 중요한 변수로 내다봤다. 자율협약 결과에 따라 그룹 계열사 신용도 역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상선 전철 밟는 한진해운…자율협약 '촉각'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2일 한진해운 신용등급을 B-로 세 노치(notch) 강등시켰다. 이날로 예정된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 신청에 따른 결정이다. 마찬가지로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한진해운 신용등급을 BB0에서 B-로 낮췄다. 국내 신평사 모두 한진해운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재한 상태다.

채권단 자율협약이란 기업이 일시적인 유동성·신용위기로 도산 위기에 처했을 때 채권단이 이를 구제하기 위해 지원하는 정책을 말한다.

앞서 한진해운의 전철을 밟은 현대상선 신용등급은 이미 D급으로 전락했다. 회사채 만기 시점에서 원리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쉽게 개선되기 힘든 업황을 감안했을 때,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모두 자율협약 결과가 신용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평사 관계자는 "향후 한진해운 신용등급은 자율협약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신용등급은 워크아웃에 돌입할 경우 CCC+ 이하로, 법정관리 경우 D로 각각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업황을 감안했을 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등급 회복은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번 자율협약 결과는 등급 방어의 마지노선인 격"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지난주부터 조건부 자율협약에 돌입했다. 현재까지는 해외 화물선주와 용선료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선료 인하와 채권단과 출자전환 약속 등을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 화물선주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 오는 6월에는 채무조정을 위한 사채권자 집회가 열릴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은 이날 자율협약을 실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경우 회사 측이나 채권자 모두 비슷한 전철을 밟는 현대상선 자율협약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대상선이 자율협약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경우 한진해운도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자율협약을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채권자와 회사의 현 수익성·재무 상황 등을 비춰봤을 때,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모두 자율협약 결과를 섣불리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엇갈린 오너 행보…한진그룹 오너 리스크에 발목?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위기에 관심이 가는 대목은 바로 그룹과 계열사들의 지원 여부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그룹 총수가 오래도록 경영 의지를 보였지만 최근 경영권을 포기했다. 하지만 근래 한진그룹과 현대그룹 오너 사이에는 큰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그룹 경우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대증권 매각을 실시했고, 현정은 회장이 사재 300억 원을 출연했다. 반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사재 출연에 대해 입을 다문 상태다. 오히려 한진해운 경우 오너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이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일가가 자율협약 신청 발표 직전 한진해운 주식을 처분한 것을 두고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섰기 때문.

최 회장은 한진해운 부회장, 회장, 대표이사를 거친 뒤 한진해운홀딩스 대표이사 직을 맡았었다. 배우자는 한진그룹 창업주 고(故) 조중훈 전 회장의 삼남 고(故)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다. 최 회장은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고의적으로 회피한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협약을 앞두고 최 회장에 대한 의혹이 일어난 것은 분명 한진해운 입장에서는 악재"라며 "사재 출연까지 한 현대상선 오너와 너무나도 대조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너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자율협약 결과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 채권단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처럼' 총수 일가의 사재 출연을 포함한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것.

한진해운 자율협약 결과에 가장 신경 쓰이는 곳은 바로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다.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경영권을 포기하자 대한항공 신용도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던 한진해운 지원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자체 실적만을 두고 봤을 때 신용도는 나쁘지 않았음에도 계열사 지원 부담이 크게 발목을 잡았다"며 "이번 자율협약 결과는 대한항공 신용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채권자 요구대로 사재 출연에 나설 경우, 대한항공은 암묵적으로 계열 지원 부담을 질 수 있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자율협약을 성공적으로 마쳐 계열사 지원 부담을 끊는 것이 대한항공 입장에서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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