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운동맹 재편…설곳 잃는 한진·현대 [해운사 자율협약 3대 쟁점]①2M-CCEO 해운동맹 출현 위협...중소선사 영업기반 흔들 전망
윤동희 기자/ 권일운 기자공개 2016-04-28 09:20:00
[편집자주]
국내 양대 선사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최근 '조건부'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진정한 의미의 자율협약을 체결해 채권은행과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3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얼라이언스 잔류와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합의다. 이중 하나의 조건이라도 어긋나면 퇴출을 불사해야 한다. 생존을 위한 경주를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양사가 직면한 생존 이슈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7일 10: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열고 해운업종을 조선업과 함께 주력 구조조정 산업으로 선정했다. 해운사의 생존을 위해서는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잔류와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합의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강조했다.이중 얼라이언스 잔류 문제는 이번 협의체 논의 후 새롭게 부상한 이슈다. 협의체 개최에 앞서 해양수산부는 장관 명의로 현대상선이 속한 얼라이언스 'G6'에 현대상선의 회생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재무상태를 보장한다는 내용의 서신(Guarantee Letter)을 보내기도 했다. 산업은행이 현대상선 화주들에 용선료 인하 시 출자전환 등 재무상태를 보전한다는 취지와 비슷하다.
임 위원장은 "3개 관문(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합의, 자율협약 채무조정)을 통과해 회사가 정상화 되더라도 컨테이너선 사업 특성상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얼라이언스에 잔류해야 한다"며 "이 또한 근본적인 정상화 요건"이라고 말했다.
해운사의 얼라이언스는 항공사의 코드쉐어 시스템과 비슷한 체계로 돌아간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한 해운사가 전세계의 모든 노선을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개의 해운사가 연합해 화물을 운반하는 방식이다. 회사 자체적으로 발주 받은 물건도 있지만 같은 얼라이언스 소속 해운사의 화물도 같이 실어 나른다. 컨테이너선사는 전적으로 얼라이언스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 대형 동맹에 들지 못하면 영업기반을 잃는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임의로 해운사 합병이나 법정관리를 논의할 수 없는 배경과도 맞물린다. 각사의 노선과 강점, 그간의 관계 등을 고려해 얼라이언스를 짜야 영업이 가능한데 무작정 회사를 하나로 만든다고 얼라이언스 잔류가 보장되거나 새로운 얼라이언스로의 편입이 쉬워지는 게 아니다. 또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가 트리거가 발동하면 선주는 해운사가 운행 중인 선박을 동결시킬 수 있다. 채권자가 채무자가 기한이익을 상실했을 때 담보를 압류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문제는 얼라이언스에 속한 다른 해운사의 물건을 함께 배에 싣고 있기 때문에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트리거 발동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2015년 기준으로 해운사 얼라이언스는 4개로 편재돼 있다. 2M과 오션3(Ocean3), G6, CKYHE 등이다. 이중 1위 선사인 머스크라인과 MSC가 2M을 구성하고 CMA CGM, CSCL, UASC 등 3개사가 오션3를 구성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G6에, 한진해운은 CKYHE에 소속돼 있다. 1위사인 머스크의 얼라이언스 2M을 CKYHE와 G6가 바짝 따라가는 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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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글로벌 선사 간 인수합병으로 얼라이언스에 변화가 생기게 됐다. 각기 다른 얼라이언스에 속해있는 해운사 간 인수합병이 일어나 새로운 얼라이언스 구성 필요성이 대두됐다. 한진해운이 속한 CKYHE의 COSCO와 오션3의 CSCL이 합병했고 현대상선이 속한 G6의 APL이라는 회사가 오션3의 CMA CGM에 인수됐다. 하팍-로이드(Hapag-Lloyd)도 최근 쿠웨이트 소재의 UASC와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얼라이언스 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COSCOCS(COSCO와 CSCL의 합병회사)가 CMA CGM(APL 합병)과 함께 CKYHE의 에버그린(Evergreen), G6의 OOCL을 묶어 새로운 얼라이언스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션3가 모태가 된 이 얼라이언스의 이름은 각사의 앞글자를 딴 CCEO(혹은 2CEO 가칭)가 될 예정이며 2017년부터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CCEO가 결성되면 2M에 버금가는 점유율(35~39%)을 보유하게 돼 글로벌 해운 얼라이언스는 명실상부한 양강 체제가 되게 된다. 한국기업평가 자료에 따르면 초대형 선박(1만8000TEU급 이상) 보유 현황을 비교해도 2M과 CCEO, 두 얼라이언스 간 격차는 28대와 22대로 더욱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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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초대형선사 얼라이언스에 편입되지 못하는 중소선사에는 치명적인 시장 구조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비롯해 K라인과 양밍, NYK 라인 등은 초대형선박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발주받은 내역도 없다. 새 얼라이언스 출현에 따라 국내 해운선사 모두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도 좋지 않은 소식이다. CCEO의 결성은 CKYHE에서 가장 수송 비중이 컸던 에버그린과 COSCO가 빠지게 되고 G6에서는 APL과 OOCL이 빠지게 됐다는 얘기다. 결국 한진해운의 CKYHE에는 한진해운과 K라인, 양밍(Yang Ming)만이 남게되고 G6에는 하팍-로이드, NYK, MOL 그리고 현대상선 네 곳이 남게 된다. 기존 CKYHE 입장에서는 KYH만 남아 점유율이 28%에서 14%로, G6에서 G4로 줄어든 얼라이언스는 점유율이 25%에서 17%로 빠진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얼라이언스 확정이 되지는 않았지만 각 4% 씩의 점유율을 보유한 K라인과 양밍이 G6로 들어간다는 소식도 있다"며 "이럴 경우 G6의 점유율은 올라가지만 한진해운은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동맹의 양밍과 K라인이 G6 합류를 노린다면 한진해운만 얼라이언스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국가별 기항지가 조금 다를 뿐 대동소이한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 비슷한 노선을 보유한 두 해운사가 같은 얼라이언스에 속할 경우 선복량만 들어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이 속한 얼라이언스 G6에 편입될 확률은 낮다. CCEO나 가능성이 희박한 2M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한진해운은 새로운 얼라이언스 구성을 작업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얼라이언스 소속사의 이탈이 심하지 않았던 현대상선에 비해 앞길이 더 다급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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