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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파이낸셜, 지배구조 공시 '무용지물'?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미준수, 구체적 정보 제공 필요

안경주 기자공개 2016-05-02 08:50:00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9일 1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은 자산 2조 원 이상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사외이사 선임 등에 대한 내용을 관련 협회 또는 자사 홈페이지에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금융회사의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최소한의 정보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아우디·폭스바겐 브랜드의 국내 자동차금융을 담당하는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이하 폭스바겐파이낸셜)는 '디젤게이트'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말 기준 자산 2조 원을 넘었다. 이에 폭스바겐파이낸셜은 올해부터 사외이사 등 지배구조 관련 내용을 공시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빈약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다.

29일 폭스바겐파이낸셜이 여신금융협회와 자사 홈페이지에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폭스바겐파이낸셜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3명을 새로 선임했다. 오규택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이재은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등이다.

이는 지난해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자산 2조 원 이상 카드사만 의무화돼 있던 사외이사 선임(3인 이상·이사 총수의 2분의 1 이상)이 자산 2조 원 이상 비카드사에도 의무화된데 따른 것이다. 또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이사회 내에 구성하도록 했다. 폭스바겐파이낸셜의 지난해 말 자산은 2조1165억 원이다.

폭스바겐파이낸셜 사외이사

문제는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기주총 결의사항 공시를 통해 형식적인 수준의 정보만 제공하는데 그쳤을 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운영내역, 개별 사외이사의 자격요건 충족여부 등의 내용은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사외이사 후보추천 내역을 공시하도록 행정지도하고 있다. 적용 대상은 자산 2조 원 이상 금융회사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제18조를 보면 △사외이사후보 추천절차 개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 명단 및 약력 △사외이사 후보 및 그 제안자와의 관계 △사외이사 후보자와 해당 금융회사(계열사 포함), 그 임원 및 대주주와의 관계 △자격요건 충족 여부 및 근거 △사외이사 후보자 추천 이유 △사외이사 후보자의 경력을 양식에 맞춰 공시하도록 명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사외이사 후보추천 내역을 통해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견제 장치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파이낸셜은 이 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관련 공시를 누락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차수별 회의 내용까지 공개해주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최종 선임된 사외이사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조차 누락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폭스바겐파이낸셜 자산

이는 폭스바겐파이낸셜처럼 지난해말 자산 2조 원을 넘겨 올해부터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 공시를 한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이하 벤츠파이낸셜)와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벤츠파이낸셜은 수시공시를 통해 사외이사후보추천내역을 공개한 바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성격을 지닌 만큼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대다수 금융회사들이 이를 준수하고 있다는 점과 오는 8월1일 시행 예정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과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서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사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추천 내역은 법률에서 명시하고 있는 사외이사 자격 요건을 갖춘 후보자인지를 알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라며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 강제성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폭스바겐파이낸셜은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지만 이와 관련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또 폭스바겐파이낸셜이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하면서 임기를 1년으로 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제19조를 보면 은행지주회사와 은행을 제외한 금융회사 사외이사의 임기를 최초 선임시 3년 이내로 정하고 있다.

관련 규정만 보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사외이사의 최초 임기가 1년으로 정하면 경영진을 견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통상 2~3년을 임기로 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올해 사외이사를 처음 선임한 벤츠파이낸셜은 사외이사 임기를 3년으로, 메리츠캐피탈은 2년으로 한 것이 그 사례다.

폭스바겐파이낸셜 위원회

아울러 폭스바겐파이낸셜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만 정관에 명시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에 명시된 위험관리위원회는 정관상 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만 폭스바겐파이낸셜의 2015년 경영공시에 따르면 이사회 산하에 위험관리를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파이낸셜이 단일주주이지만 사외이사를 운영하는 목적인 지배구조 투명성과 고객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관련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는 노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파이낸셜 주주는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AG로 지분 100%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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