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5월 11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상증자 신주가 4억 5559만 원. 어마어마한 가격의 주인공은 두산밥캣이다. 9000주에 불과한 주식수를 적용하면 시가총액은 5조 원이 넘는다. 연내 상장을 앞두고 실시한 증자인 만큼 향후 공모가의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다. 그 동안 시장의 추정가치 3~4조 원을 우습게 넘겨버리는 액수다.2007년 두산의 밥캣 인수가격이 49억 달러(한화 4조 5000억 원)였다. 대부분 차입금으로 조달한 탓에 매년 수천억 원의 이자비용을 물어야 했다. 두산이 몇 년째 신용평가사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것도 밥캣의 영향이 컸다. 이번 밸류에이션만 보면 밥캣은 '밥값'을 제대로 한 듯하다.
두산그룹은 고무돼 있다. 주요 재무개선 카드 가운데 공작기계 매각이 끝났고,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도 인수자가 사실상 결정되는 분위기다. 남은 건 두산밥캣 상장이다. 5조원 짜리 밥캣은 모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재무적 투자자(FI)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관건은 이 정도 몸값이 과연 '진짜'냐는 것이다. 증권신고서에 명기될 숫자가 5조 원이 될 지는 수요예측을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신고서 제출이 예상되는 9~10월까지 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뀔 지도 모른다. 이번 증자 밸류에이션은 어디까지나 두산 측의 희망사항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두산은 외부평가기관(한영회계법인)이 유증 단가를 결정했다며 기업가치 산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발행가 산정 근거로 "한영회계법인이 미래의 수익창출능력을 기초로 하는 현금흐름할인법을 적용했다"고 공시된 것이 전부다. 물론 두산밥캣의 미래 수익창출능력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밥캣이 작년 3856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는 사실 정도가 공개된 팩트다. '4대 회계법인'인 한영은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나름의 밸류에이션 기법을 돌렸을 것이다. 해당 가격으로 밥캣에 투자한 회사는 두산엔진 밖에 없으니 뭐라 따질 일도 아니다. 엑시트(자금 회수)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다수의 FI도 증자를 용인했으니 가격에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
한영의 판단이 옳았는지는 조만간 판가름 날 것이다. 이왕이면 두산밥캣의 상장 신고서에도 5조 원에 가까운 수치가 씌여있기를 바랄 뿐이다. 기대 이하의 가격으로 투자자들이 상장을 보이코트하는 불상사가 발생하면 곤란할 것이다. 두산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와 같은 사례는 한 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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