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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물리학 [WM라운지]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장공개 2016-05-25 10:10:51

이 기사는 2016년 05월 23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돈, 일, 건강, 관계…대략 이런 것이 아닐까? 그런데 무엇보다도 공평하게 주어지면서, 쉽게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시간'이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삶은 크게 달라진다. 특히 시간은 부자이든 가난한자이든, 남녀노소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 또한 시간은 내 맘대로 쉽게 통제하기 어려운 삶의 요소이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 시간과 관련된 조사통계는 많지 않지만, 지난 4월에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평소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그 비율이 1999년 68%에서 2014년 59%로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시간에 쫓겨 살아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간은 필수, 의무, 여가시간으로 나뉜다.

필수시간은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것과 같이 삶에서 필수적인데 사용되는 시간이다. 의무시간은 꼭 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된, 일 공부 가족돌보기 등에 사용되는 시간이며, 교제 여가 봉사와 같이 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시간을 여가시간이라고 정의한다.

흔히 삶의 질이 높아지려면 당연히 여가시간이 늘리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최근에 와서는 여가시간만큼 필수시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즉 양질의 필수시간이 늘어나야 풍요롭고 안정된 삶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필수시간에는 현대인들이 꼭 필요로 하는 충분한 수면시간, 여유로운 식사시간, 개인의 건강관리 시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삶의 질을 결정하는데 여가시간보다 필수시간이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25년전(1999년) 한국인의 필수시간은 10시간 9분이었는데, 2014년에는 10시간 57분으로 거의 1시간 가까이 늘어났다.

또 저녁식사시간이 25년전과 비교할 때 오후 7시 9분으로 18분정도 당겨져, 어느 정치인이 말했던 '저녁이 있는 삶'도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도 25년전과 비교할 때 31분이 늘어난 16시간 58분으로 좀 더 안정적인 삶의 모습으로 다가가고 있다.

사실 시간을 우리 맘대로 늘리기란 쉽지 않다. 물리학에서는 시간여행을 하려면 빛의 속도에 가까워야 한다고 말한다. 흔히 광속(光速)이라 불리는 빛의 속도는 진공상태에서 1초에 30만Km를 간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을 도는 속도이다.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가 변하지 않는다는 성질을 이용하여 특수상대성이론을 만들었는데, 시간을 0.5초 연장시키려면 1초에 20만Km를 달려야 한다. 즉, 무지무지 빨리 달려야 겨우 시간여행을 조금 맛 볼 수 있는 정도이다.

2년 전에 개봉된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우주여행을 통하여 시간여행을 한 124세의 젊은(?) 아빠 쿠퍼와 다 늙어버린 딸 머피의 재회 장면이 나온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물리학에서는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중력(重力, gravity)으로 설명하고 있다. 중력은 질량을 가진 두 물체간에 작용하는 힘을 말한다.

사실 우리가 아는 중력은 뉴턴의 물리학체계, 즉 만유인력(萬有引力)의 법칙이 중력의 상식이다. 뉴턴은 1687년 그의 저서 '프린키피아'에서 코페르니쿠스가 제기하고 케플러가 구한 행성의 운동법칙으로부터 '두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만유인력, 즉 중력의 개념을 도출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의 휘어짐으로 인식했다. "강한 중력은 공간을 휘어지게 만들고, 빛을 포함한 만물은 그 휘어진 공간을 따라 움직인다. 그런데 이 중력은 공간뿐 아니라, 시간까지 휘어지게 만든다. 두 점을 이은 하나의 직선이 휘어지면 길어지듯이, 시간 또한 길어지게 된다. 이 휘어짐이 클수록, 즉 중력이 클수록 시간은 길어지게 되어, 느리게 흐른다"

결국 강한 중력이 시간여행을 가능케 하는, 현재 알려진 대표적인 방법이다. 물리학을 인간의 삶 에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중력이 큰' 일을 한다면 시간은 느리게 흐를 지도 모른다. 증력이 무엇인가? 끌어당기는 힘 아닌가? 결국 강한 중력, 끌어당기는 힘이 강한 일을 할 수 있다면 시간도 내 맘대로 조종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아인슈타인의 생각이 인생살이에도 통한다면, 타인이 생성한 중력은 적게 만들고, 내가 만든 강력한 중력을 활성화 시키는 것. 그것이 내 인생에 내시간을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강한 몰입도, 열정, 사랑, 끌림 등이 강력한 중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다면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윈칙에서도 노후 삶의 원칙을 추출할 수 있지 않을까? 먼저, 중력은 질량의 곱에 비례하므로, 어느 쪽이든 질량이 클수록, 한쪽이라도 질량이 클수록 중력은 커지게 된다. 즉, 행복한 나의 시간을 좀 더 천천히 흐르게 하려면, 내가 더 큰 행복의 질량을 가져야 한다. 관심을 더 가지고, 애정을 더 가지고, 내가 크면 클수록 모든 것이 내게 당겨져 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질량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 한다. 내게 소중한 사람, 소중한 일과 거리가 멀어질수록 중력은 떨어지게 된다. 중력이 줄어들수록 나의 행복한 시간은 그만큼 빨리 지나가 버린다.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가족, 친구들을 가깝게 두자. 그리고 자주 만나고 아껴줘야 한다. 인터스텔라에서 브랜드교수는 영국시인 딜런 토마스(Dylan Thomas)의 시를 읊조린다.

Do not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세요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노인들이여 저무는 하루에 애타게 소리치세요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분노하고 분노하세오, 꺼져가는 빛에 대해 ……

쉽게 시간을 흘려 보내서는 안 된다. '나의 시간'을 만들고, '나의 시간'을 늘려야 한다. 아인슈타인이 맞는다면, 우린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뉴턴이 맞는다면, 우린 중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내가 커지면 커질수록, 나의 소중한 일과 사람들은 당겨져 올 것이다. 그 중력만큼 나의 행복시간은 느리게 흘러갈 것이다. 그리고 그 소중한 사람들과 일들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나의 행복한 시간은 빨리 지나가 버릴 것이다. 행복의 질량을 키워라. 행복의 중력을 늘려라.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 Stratigiest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Stratigiest
우리투자증권 신사업전략부 이사
現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
[수상]02~06년 조선일보, 매경, 한경, 헤럴드경제 선정 베스트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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