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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SDS 분할' 카드 꺼낸 진짜 이유는 지배력 강화 '확대해석', 주가하락 대응 고민… '기업가치 향상' 초점

정호창 기자공개 2016-06-14 08:22:03

이 기사는 2016년 06월 13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삼성SDS의 사업분할 카드를 꺼낸 이유는 뭘까. 세간에선 삼성SDS의 물류부문 분할 검토 배경을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지만,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의도를 오해한 확대해석이란 반론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 부회장의 개인적 이익 보다는 삼성SDS 대주주로서의 책임의식과 고민이 반영된 결정으로 보는 것이 사안을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보는 시각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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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는 지난 7일 글로벌 물류 경쟁력 강화와 경영역량 집중을 위해 물류사업 분할을 검토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2단계 작업의 서막이란 해석에 집중됐다.

삼성SDS를 물류와 IT부문으로 분할한 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에 각각 합병시켜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 향상을 꾀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 9.2%를 보유한 대주주라는 점을 근거로 오래전부터 시장에서 거론돼 온 시나리오다.

분할 주체인 삼성SDS는 물론이고 합병 대상으로 지목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합병 계획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으나 시장 전망과 해석에 큰 변화를 주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의 설득력과 타당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벌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오랜 고정관념과 부정적 시선이 진실과는 거리가 있는 관성적인 해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SDS 물류부문-삼성물산 합병, 이 부회장 지배력 변화 효과 미미

먼저 살펴볼 사안은 삼성SDS에서 물류사업을 떼어내는 것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인가 하는 점이다. 시장에선 삼성그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삼성SDS에서 분할된 물류부문 신설법인이 머잖아 삼성물산에 합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방안이 지주사격인 삼성물산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 부회장의 지분율 상승을 꾀할 수 있는 일석이조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이는 절반 정도만 들어맞는 분석이다. 삼성SDS 물류BPO 사업이 삼성전자라는 캡티브 마켓에 뿌리를 두고 있어 매년 안정적인 경영실적을 거두는 사업이기에 이를 최근 실적 악화에 고전하고 있는 삼성물산에 이관하면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지분 증가를 통한 삼성물산 지배력 강화는 세간의 예상과는 조금 다른 결과가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 지분 17.23%(보통주 기준)와 삼성SDS 지분 9.2%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SDS가 물류부문을 인적분할해 독립시키고, 삼성물산이 향후 이 법인과 합병하면 이 부회장의 지분 9.2%는 삼성물산 신주로 전환된다.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주식수는 분명히 증가하나 이것이 지분율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합병신주 발행으로 삼성물산의 총발행주식수가 늘어나 지분율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약 23조 원 정도며,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는 삼성SDS 물류부문의 분할 후 가치는 대략 2~3조 원 수준이다. 이를 근거로 두 회사가 10:1 비율로 합병하는 경우를 가정하면 이 부회장의 삼성SDS 물류법인 지분 9.2%는 삼성물산 지분 0.84%로 전환된다.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기존 지분율은 신주 발행효과로 인해 15.6%로 희석된다. 구주와 신주를 합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16.5%로 전보다 0.73%p 가량 낮아진다.

삼성SDS에서 분할된 물류법인의 가치가 높아져 삼성물산과의 합병 비율 차이가 좁혀지면 신주 발행량이 늘어나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 하락폭은 더욱 확대된다. 삼성물산과 삼성SDS 물류법인 합병이 이 부회장 지배력 확대로 이어진다는 맹신을 버려야 하는 이유다.

물론 이 점을 이유로 삼성SDS의 변화가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에 마이너스 요인이라 단정해선 안된다. 삼성물산과 달리 삼성전자와 삼성SDS IT 부문을 합병하는 경우에는 현재 0.58%인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1% 수준으로 소폭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전문가는 "삼성SDS 활용과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 변화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유지할 필요는 있으나, 변화폭이 세간의 예상처럼 대규모가 아니기에 지배구조 문제에만 얽매여 사안을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게 좁고 편협된 시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그룹이 지난해 통합 삼성물산 출범을 통해 이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틀을 확실히 구축했기에 현 시점에서 주주 반발이나 여론 악화를 무릅쓰고 삼성SDS를 통한 지배력 변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며 "삼성SDS 분할 검토 배경은 지배구조 보다는 경영전략이나 기업가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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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 주가에 반영된 프리미엄, 이 부회장의 '계륵'

삼성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도 이번 사안이 지배구조 개편이나 이 부회장 지배력 확대 문제와 무관하다고 입을 모은다. 철저히 삼성SDS의 사업 경쟁력 강화에 포커스를 맞춰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란 설명이다.

배경은 삼성SDS의 성장 정체와 주가 하락이다. 여기에 대주주로서 이 부회장이 안고있는 고민과 부담이 반영돼 적극적인 변화 모색에 착수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SDS 주가에 반영된 기업가치 이상의 프리미엄에 대해 큰 부담을 가져온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본인이 대주주라는 사실 때문에 주가가 적정가 이상으로 과도하게 높게 형성된 것이라는 점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에 고민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SDS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은 6조 3000억 원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5882억 원이며, 현금 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규모는 1조 원에 조금 못 미친다.

하지만 시가총액 규모는 현재 11조 원을 넘는다. 그나마도 최근 주가가 많이 하락해 낮아진 것으로 한때 30조 원을 상회하기도 했다. 상장 후 최저 수준인 현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적정 기업가치(EV) 대비 최소 2~3조 원 수준의 프리미엄이 얹혀진 것으로 IB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삼성SDS 주가에 반영된 높은 프리미엄은 이 부회장에게 높은 자산 증식 효과를 안겨준 효자이긴 하다. 하지만 합리성을 중시 여기는 이 부회장은 이에 대한 높은 문제의식과 부채의식을 함께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주주들의 과도한 기대감을 인위적으로 없앨 수는 없다고 보고, 대신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그만큼 향상시켜 프리미엄과의 간극을 좁힐 것을 경영진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단기간에 높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SDS가 영위하는 IT사업과 물류사업 모두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 중심의 캡티브 마켓을 발판으로 삼고 있어 안정적이긴 하나 성장성이 높지 않다. 외부 사업 비중을 확대해 자생력을 높이지 않는 한 이 부회장이 기대하는 수준의 기업가치 향상은 도모하기 어렵다는 게 내부 진단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삼성그룹은 회사를 분할해 변화와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IT서비스 부문에 비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물류부문을 독립시키는게 사업 확대에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업가치 향상은 이전과 달리 내외부에 공개한 상태에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삼성SDS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와 시장의 주목도가 지나치게 높아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점과 지난해 통합 삼성물산 출범과정에서 삼성그룹이 학습한 주주와의 소통 및 교감 필요성이 반영된 결과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SDS 분할은 세간의 억측과 달리 특정 대주주나 계열사의 이익을 위해 추진되는 사안이 아니다"며 "철저히 삼성SDS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추진해 온 사안인데 회사의 공식 발표에 앞서 시장에 알려지면서 오해를 받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대주주로서 높은 책임의식을 갖고 있기에 일각의 우려처럼 삼성SDS 주주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무리한 전략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며 "주주가치 훼손을 최소화하고 회사와 주주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성장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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