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6월 14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보험업 IFRS4 2단계 도입영향 간담회'에 참석해 "국제 기준이 공식적으로 확정되면 제도 개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앞서 보험사 CEO 간담회 등에서 IFRS4 2단계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라'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의 발언과 비교됐고,보험사의 입장을 헤아리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졌다.하지만 IFRS4 2단계 도입 준비 과정을 상대적으로 잘 아는 리스크 부문이나 계리 부문에선 아주 제대로 된 생색내기였다는 반응이다.
당초 IFRS4 2단계 시행시기는 2018년이었다. 하지만 기준서 확정이 늦어지면서 도입시기가 지금의 2020년으로 늦춰졌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국제 기준이 공식적으로 확정된다는 것은 기준서 확정을 의미하고, 현재 기준서 확정은 지연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도입시기도 미뤄지는 것인데, 이를 가지고 생색을 냈다는 것이다.
1~2년 지연도입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는 곳도 별로 없다. 새로운 제도도입이나 시스템 도입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회사별로 수천 억에서 수조 원의 자금을 확충해야 하는 것이 문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만약 내가 오너라면 그냥 회사를 팔아버리고 말 정도"라며 "IFRS4 2단계 도입을 위해 컨설팅을 받고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수백억 원의 비용이 필요한데 이렇게 해서 나오는 결과는 수 조원의 자본이 부족하다는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오히려 '나쁜 경찰' 역할을 맡은 금융감독원이 더 인간적이란 평까지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이정도까지 압박을 가하지 않았다면 IFRS4 2단계의 심각성을 경영진이 인식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IFRS4 2단계의 도입 과정을 살펴보면 금융감독원보단 금융위원회에 더 큰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 보험사가 IFRS4 2단계 도입 시한폭탄을 떠안게 만든 주범이 따지고 보면 금융위원회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07년 회계 기준의 국제적 통일화 추세에 적극 대응한다는 명목하에 관련기관 및 전문가들로 이뤄진 '국제회계기준 도입 준비단'을 발족시켰다. 이후 국제회계기준 도입 준비단은 모든 국제회계기준을 특정시점으로부터 일괄도입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때 보험사의 IFRS4 2단계 폭탄이 심어진 것인데 사정이 이렇게 까지 심각할 줄 아무도 몰랐다. 지금도 IFRS4 2단계 관련 세미나때마다 보험사 관계자들이 미국, 일본 등도 도입하지 않은 것을 우리나라만 먼저 도입하느냐고 성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황을 되돌리기는 늦었다. IFRS4 2단계는 우리나라가 받아들이기로 한 총 41개의 국제회계기준 기준서 중 하나다. 적용을 유예할 경우 우리나라는 IFRS 제한적용국가로 분류된다. 이 경우 보험사 뿐 아니라 은행 등 금융사, 상장기업의 재무정보에 대한 국제적 신인도는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인데 앞날이 막막하다.
IFRS4 2단계 기준서의 원칙대로 나간다면 멀쩡히 영업을 하던 보험사가 갑자기 무너지게 되고, 반대로 보험사 사정을 고려해 느슨하게 기준서를 적용하면 안하느니만 못할 정도로 국제적 신인도가 하락한다. 좋은 경찰 역할을 맡은 금융위원회에 오히려 보험사의 냉소적 시선이 꽂히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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