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7월 11일 08: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정사회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약자를 보호하는 법이 다수 제정되거나 개정되고 있다.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법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있고, 주택 세입자를 보호하는 법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있다. 아울러 영세상인을 보호하는 법으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불법의 강제집행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도 있다.
만일 건물주의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반하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는다고 하더라도 무효가 된다. 법 자체에서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 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채권자를 보호하는 법은 적다. 특히 돈을 빌려주고 나서 악의적으로 갚지 않는 채무자를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돈을 빌릴 당시부터 갚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면 형사 상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으나 입증이 쉽지 않다. 따라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일정액의 돈을 빌리고도 갚지 않는 경우 이를 처벌하자는 이른바, '채무불이행죄'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는 보호 받아야 마땅하다. 채권자 권리를 보호하는 수단 중 하나로 민법은 '채권자취소권'을 규정하고 있다.
채권자취소권이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자신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법률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법률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권리를 말한다.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하는 행위'를 법률용어로 '사해행위'라고 한다.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① 사해행위의 대상이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여야 하고, ② 사해행위에 대해 채무자 및 수익자의 악의가 있어야 하며, ③ 재산이전행위로 인해 채무자의 채무초과가 발생하거나 채무초과가 더 심해져야 한다. 채권자취소권이 인정된다면 사해행위는 원상회복되어 채권자는 그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할 수 있다.
상속의 경우를 살펴보면, 상속재산분할협의서가 채무이행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례를 하나 가정하자.
A는 사업에 실패해서 많은 빚을 지고 있다. A는 B로부터 돈을 빌렸는데, B는 A의 아버지가 거액의 자산가이므로, 아버지를 보고 돈을 빌려줬다. 수 년 후 A의 아버지가 사망했는데, A는 '어차피 상속을 받아봐야 B가 다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할 때 자신의 상속분을 포기하고, 이를 전부 다른 상속인인 C에게 나눠줬다.
이를 법률적으로 분석해 보면, A가 자신이 받을 정당한 상속분도 받지 않고, 이를 포기한 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 만약 A와 C가 이에 대해 공모해 악의적으로 B의 채권회수를 방해했다면 B는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해 악의적인 상속재산협의분할을 취소하고, 그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통해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
방효석 KEB하나은행 변호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졸업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변호사
서울시, 한국교직원공제회 등 법률자문
[저서] '알고 싶은 부자들의 법률 상담 사례집' 저자(2013년)
現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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