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9월 08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트남, 낯섦과 익숙함이 묘하게 공존하는 나라. 베트남 전쟁부터 호치민, 아오자이, 오토바이, 동남아의 칠레 등 갖가지 이미지가 베트남을 투영한다.베트남 사람들의 주류 문화는 낯섦 그 자체다.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술은 '보드카'다. 수 천년 간 중국과 유교 문화의 지배를 받았던 베트남과 동유럽의 대표 주류 보드카, 이 낯선 조합이 바로 베트남의 주류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1945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공산주의와 러시아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면서 주류 문화도 변혁기를 거쳤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을 거점으로 소주 세계화(Globalization)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국내 주류업계 최초로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대규모 투자를 준비 중이다. 증류주 시장 성장성과 한국 기업들의 활발한 진출, 한류 열풍에 따른 한국 상품 선호도 등 다각적인 검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하이트진로의 현지 투자 전략은 여타 제조업체와 판이하게 다르다.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고 파는 것을 넘어서 베트남 사람들의 머릿 속에 '소주'라는 제품을 심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소주를 한국 드라마 속에 자주 등장하는 녹색병에 담긴 한국 술로 인지하고 있다.사실상 브랜드 이미지는 백지에 가깝다. 하이트진로는 바로 그 이미지를 채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백지 위에서 브랜드를 쌓아야 하는 탓에 한국과는 다른 제품 포지셔닝을 구상하고 있다. 소주는 한국에서는 서민 술 이미지가 강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젊은 층과 고급술 이미지를 투영시키고 있다.화려한 조명과 DJ의 비트 속에서 분위기를 즐기며 마시는 술, 위스키처럼 말이다.
하이트진로에게 베트남은 도전의 땅이다. 내수기업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최대 전략 핵심 국가인 베트남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야 한다. 첫걸음부터 삐걱댄다면 추진 동력 자체가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성공에 대한 열망의 크기 만큼 하이트진로도 자원을 집중시키며 베트남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의 압구정 가로수길에 해당하는 베트남 하노이 핫플레이스에 진로 전용 소주 클럽을 열고 매일 새로운 이벤트를 열고 있다. 또 소주를 활용한 다양한 칵테일 레시피도 개발하고 있다. 흡사 위스키병을 닮은 베트남 현지판매 진로24 소주의 병모양 역시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소주는 하이트진로가 가장 잘 만들수 있는 글로벌 NO.1 제품이다. 세계화에 성공한다면 성장 가도가 보장된다. 하지만 그 만큼 걸림돌도 많다. 보수적인 소비 성향 탓에 주류 시장에서 단기간 내 변화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 관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저하도 부담 요인이다.
결국 치열한 고민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소주 자체가 베트남 주류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때에만 비로소 성공의 과실을 기대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 역시 그 길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거대한 기회 앞에서 하이트진로는 도전을 택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소주의 세계화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남들이 머리로 의심하는 동안 하이트진로의 발은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기존 판을 깨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를 꿈꾸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이 무모한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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