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0월 07일 11: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손준비금을 보통주 자본으로 인정하고 이익준비금 적립 의무도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키로 했다. 이로써 바젤Ⅲ 도입에 맞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했던 은행들이 자본금 확충 부담에서 다소간 자유로워진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7일 오전 열린 제14차 금요회에서 은행권 대손준비금을 보통주 자본으로 인정키로 하는 내용의 은행업 감독규정 개선안을 이달 중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날 금요회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금융위, 금감원, 금융연구원의 담당자들과 은행연합회,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BNK부산은행 등의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이날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에 대비하여 대손준비금 규제 등 국제기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규제는 적극 발굴하고 개선해나갈 것"이라며 "국내은행의 과도한 자본확충 부담과 수익성 악화 요인을 제거하여 국내은행의 투자매력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개선키로 한 규제 사항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손준비금 관련 규제 개선안이다. 대손준비금이란 회계상 대손충당금 외에 은행들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아둬야 하는 비용으로써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을 높이려는 목적의 건전성 규제장치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은 각각 1조 7000억 원에서 2조 원가량의 대손준비금을 이익잉여금에서 떼어내 따로 적립해왔다.

문제는 은행들이 최대 2조 원 규모의 대손준비금을 보통주 자본에 편입하지 못하면서 지표상 건전성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어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채권 발행 등에 따른 비용을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금융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대손준비금 제도를 가지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호주 뿐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이같은 고충을 수렴해 연내 대손준비금을 보통주 자본으로 인정해주는 내용의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선안을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이로써 앞으로는 은행들이 BIS기준 자본비율을 산출할 때 이익잉여금 중 대손준비금을 온전히 보통주 자본에 계상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글로벌 경쟁력도 한층 높일 수 있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선 글로벌 기준에 맞는 취지 안에서 최대한 은행들의 자본확충 수단을 열어주기로 한 것"이라며 "각 은행별로 지금보다 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보통주 자본비율이나 BIS비율 등을 따져보면서 별도의 자본확충 방법이나 시기 등을 저울질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같은 내용의 은행업 감독규정 개선안이 시행된다면 국내은행의 보통주 자본지율은 평균 0.9%포인트 가량 올라갈 수 있다. 금융위 추정치에 따르면 규제 개선 이후 우리은행이 1.21%포인트, 신한은행이 1.19%포인트, 하나은행이 0.95%포인트, 국민은행이 1%포인트, 기업은행이 0.93%포인트 가량의 보통주자본비율 상향조정 효과를 본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익준비금 적립 규정도 함께 손본다. 그간 은행법 상 이익준비금 적립 규정은 상법에 비해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은행법은 자본금 총액 한도 내 결산 순이익의 10% 이상을 이익준비금으로 적립토록 했고, 상법은 이를 자본금의 50% 한도 내 이익배당액의 10%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익준비금 적립의무를 상법 수준으로 완화해 바젤Ⅲ 자본규제가 전면 시행되는 2019년부터 이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