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1월 16일 11: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책정한 하만 인터내셔널 인수가격이 10년 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골드만삭스캐피탈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인수합병(M&A)을 시도했을 당시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하만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당시보다 훨씬 저렴하게 인수했다는 평가다.KKR과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7년 4월 공개매수 형태로 하만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뉴욕 증시(NYSE)에 상장된 하만 주식 1주를 120달러에 전량 매입, 자진 상폐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불어닥친 금융 위기로 인해 인수금융 조달에 차질을 빚는 바람에 거래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10년 가까이 뚜렷한 지배주주가 없는 상태를 지속하던 하만은 지난 14일 삼성전자와 인수합병(M&A)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가 하만 주식시가에 28%의 프리미엄을 적용한 주당 112달러에 지분 전량을 사들인다는 것이 골자다. 전체 거래 규모는 80억 2000만 달러로 2007년 당시 KKR-골드만삭스가 제안한 금액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10년 사이에 하만의 실적은 고속 성장했다. 사세도 확대됐다. 2007 회계연도 당시 하만의 매출액은 36억 달러였지만, 2016 회계연도에는 69억 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Net income)은 2억 3285만 달러에서 3억 6245만 달러로, 주당순이익(Basic EPS)은 3.47달러에서 5.03달러로 늘어났다.
M&A 업계에서는 이 같은 요인들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가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에 하만을 인수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수치로 드러나 있는 실적뿐 아니라 자동차 전장 사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 삼성전자 기존 사업과의 전략적 시너지 등을 고려할 때 KKR-골드만삭스와 같은 사모펀드보다 훨씬 큰 무형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10년 사이에 실적이나 브랜드 가치, 시장 장악력이 훨씬 높아진 하만을 동일한 값에 인수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기회"라면서 "9조 원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 비싸다고 느끼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07년 당시에 비해 하만의 주가가 낮게 형성돼 있었던 것이 삼성전자에게는 호재였다. KKR-골드만삭스도 당시 하만 주가에 17%라는 적잖은 프리미엄을 지급했지만, 삼성전자는 그보다 11% 포인트 높은 28%의 프리미엄을 제공하고도 동일한 금액에 하만을 인수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원화 기준으로 하만 인수가를 산정할 경우에는 꽤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대금 지급을 위해 적용한 달러/원 환율은 1164.4 원이었지만, 2007년 4월 무렵의 환율은 930원 선에 형성돼 있었다. 환율을 반영한 거래 규모는 각각 9조 3384억 원과 7조 4400억 원으로 2조 원 가까운 격차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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