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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금융, 퇴출이냐 존속이냐 [대체투자 돋보기]⑦퍼스트쉽핑·한진해운 사태 겪으며 기관 외면…시황 턴어라운드 관건

민경문 기자공개 2016-11-30 16:56:37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8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8년 퍼스트쉽핑(first shipping) 사기사건은 지금까지 선박금융 투자자들이 잊고 싶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선박 세 척을 매수하기 위한 펀드 조성 딜이었다. SK증권이 조달 주체로 나섰고 산은자산운용이 펀드 운용사였다. 삼성생명은 SK증권의 제안으로 선박펀드에 400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퍼스트쉽핑이 배의 용선계약서와 사업약정서 등을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5개 보험사는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법원은 계약 위조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펀드를 판매한 SK증권과 산은자산운용에 책임을 물었다. 삼성생명은 상당 부분의 투자금을 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명맥을 유지해 왔던 선박금융은 최근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해운업계 전반이 위축되면서 선박펀드를 포함해 상당수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올해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선박펀드 투자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관투자가 가운데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등에 물리지 않은 곳을 찾아보긴 쉽지 않다"며 "당장 해운업 자체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점이 선박금융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투자 상품의 원조격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는 항공기금융, 인프라투자 등에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제조사가 극소수인 항공사와는 달리 선박제조사는 너무 많아서 문제다. 선박의 과다 공급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선박 표준화가 돼 있지 않다는 점도 투자 범용성을 떨어뜨리는 부분이다. 기관 투자자 관계자는 "항공기보다 유가 흐름에 좀 더 민감하고 조선업 자체의 부침과도 연결돼 있어 고려해야 할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자산운용 주도로 홍콩 선사 한 곳의 선박금융 거래(약 2500억 규모)가 성사돼 주목을 받았지만 투자자를 모으기는 쉽지 않았다. GS칼텍스와의 장기용선계약에 바탕을 둔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BBCHP) 계약이었지만 만기 18년의 장기 조건, 유가 변동성 우려 등이 발목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2100만 달러(230억 안팎)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선박금융이 다소 힘들어지긴 했지만 명맥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증권사 IB 관계자는 "선박금융의 경우 용선사의 크레딧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배에 운임을 주는 화주의 신용도가 핵심인 만큼 거래 조건은 고정페어(fair)로 설정한 후 선박보험 등을 잘 활용하면 손해를 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선박금융에 피해를 입은 상당수 투자자들이 BDI운임지수 연동 조건 등으로 가격을 설정했기 때문에 시장 변화에 취약했다는 논리다. 강제적인 신용보강 조항은 곤란하겠지만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거래 구조를 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시장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산업은행이지만 선박금융에 투자하는 해양산업금융실의 경우 거의 손실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당장은 선박금융이 외면받고 있지만 시장 변화에 따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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