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첫 적자 수출입은행, 책임은 누가지나 [은행권 인사태풍]⑬문책보다 오히려 승진...조선·해운업 부실 지원 책임론 커질 가능성 높아
김선규 기자공개 2016-12-26 09:53:00
이 기사는 2016년 12월 22일 13: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출입은행에 실적 부진에 따른 '인사태풍'이 몰아칠지 관심이 쏠린다. 사상 첫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실적 악화에 책임을 묻는 징계나 문책이 없었다는 점에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 은행장 선임 이슈와 맞물려 임원진에 대한 책임 요구가 커질 경우 수은과 기획재정부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창립 이후 첫 적자...책임자 엄중한 문책보다 오히려 승진 인사
2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수은의 3분기 누적 당기손실은 6800억 원에 달한다. 순이자수익이 증가함에 따라 적자 폭이 줄어들고 있지만,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수은은 연간기준으로 창립 40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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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이 악화된 배경에는 주력업무인 공적신용수출기관(ECA) 기능이 아닌 대출과 구조조정 업무에 집중한데서 비롯됐다. 수은은 2000년 중반부터 고위험 산업군인 건설, 조선, 플랜트에 여신 제공을 집중했고, 선수환급보증(RG) 수수료를 낮춰 공격적으로 보증 규모를 늘렸다. 여기에 주채권은행으로 조선사 구조조정까지 나서면서 부실 규모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경영 실적이 악화되면서 임원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10년간 누적된 부실 규모와 업황 악화가 겹쳐 지금의 결과가 초래됐다는 점에서 현 임원진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현 임원진이 성동조선, SPP조선, 경남기업, 모뉴엘 등에 대한 부실 지원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홍영표 수석 부행장은 부행장 시절 수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성동조선 지원과 구조조정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6월 발표된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 감사 결과는 현 임원진이 악화된 경영실태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알수 있는 대목이다. 감사원은 성동조선에 대한 관리 태만,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수출이행성보증 한도설정 업무 부적정 등의 이유로 현직 임원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수은은 책임 추궁 및 엄중한 문책 등을 취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10월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수은의 안일한 책임 추궁이 도마 위에 올랐다. 모뉴엘 대출 사건 징계 대상자인 김성택 상임이사가 징계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되는가 하면 성동조선 대출 책임자였던 홍 수석 부행장이 승진한 사실에 비난이 잇따랐다.
업계 관계자는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 부행장은 지난 9월 구조조정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용퇴했다"며 "반면 홍 수석 부행장은 부실 여신 지원에 대한 책임을 뒤로한 채 승진까지 챙겼다는 점에서 류 수석 부행장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재부가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수은의 부실화는 상부기관인 기재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 수은 감사보고서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가 나올 경우 '적자'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 커져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홍 수석 부행장 등 임기 1년 이상 남아…'적자' 책임론 불거질 가능성 높아
내년 3월 이덕훈 행장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사령탑을 선임해야 한다. 행장은 기획재정부장관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임면한다. 수은은 기획재정부의 대외경제부문의 기관이라는 점에서 기재부 출신들이 줄곧 행장 자리를 꿰찼다.
은행 관계자는 "수은은 기재부 텃밭으로 수은 행장은 기재부 1급이 승진해서 가는 자리"라며 "행시 28~29회 출신들이 수은 행장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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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장과 달리 수석 부행장(전무)과 부행장(상임이사)의 임기는 1년 이상 남았다. 홍 수석 부행장은 2018년 5월, 최 부행장과 김성택 부행장은 2018년 6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임기기간이 3년인 수석 부행장과 부행장은 행장이 후보를 제청하고 기재부 장관이 임면한다.
본부장은 내년에 절반 이상이 임기가 만료된다. 통상 본부장들은 2년 임기를 채운 뒤 1년 더 연임됐다. 하지만 이번 본부장들의 연임 여부는 불투명하다. 행장이 바뀌는 영향도 크지만 무엇보다 지난 10월 발표한 혁신안 영향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은은 2018년까지 본부를 7개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 임기 2년을 채운 최성영 납북협업본부장이 연임에 실패한 이유로 경협총괄본부와 경협사업본부를 통합하면서 본부 하나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나돌았다.
실적 악화에 대한 인사 폭풍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은행 관계자는 "지금껏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는 없었다"며 "하지만 사상 첫 적자라는 타이틀이 공식화된다면 책임자 처벌에 대한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은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행시 28~29회 출신들이 행장에 선임될 경우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들의 나이는 50대 초반으로 현 임원진에 비해 젊다. 젊은 행장이 오면 나이 많은 임원진들이 자리를 지키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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