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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쏠림 한국물, 이종통화 사라졌다 [Adieu 2016]미국 금리 인상 주저, 조달 비용 낮은 달러화에 집중...다른 통화 외면

이길용 기자공개 2016-12-30 07:20:13

이 기사는 2016년 12월 26일 16: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6년 한국물 시장에서 달러화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금리를 올해 최소 2회 올릴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이 금융시장 변동성을 이유로 한 차례 인상에 그치면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달러화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올해는 이종통화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26일 더벨 집계 결과 올해 한국물 공모 시장의 발행 규모는 241억 9887만 달러(미국 달러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미국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93.19%에 달했다. 지난해 77.44%보다 올해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물 시장에서 미국 달러화가 주를 이뤘던 이유는 미국이 예상만큼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은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12월 금리를 25bp 인상하면서 2016년 금리 인상을 2~4차례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 증시 급락,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국제 금융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이슈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금리 인상을 자제했다. 결국 지난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한 차례 인상하는데 그쳤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늦어지면서 미국 달러화의 초저금리는 2016년 내내 지속됐다. 이로 인해 달러화의 낮은 조달 금리를 다른 통화들이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한국물 발행사들이 이종통화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달러화로 스왑하고 이를 다시 원화로 스왑한다. 유로화와 엔화가 마이너스 금리 상태이더라도 스왑으로 인해 달러화보다 조달 비용이 비싸져 조달을 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2016년 해외채(공모) 발행 통화 비중

유로화와 엔화는 각각 수출입은행과 한화케미칼이 각각 한 건씩 조달하는데 그쳤다. 수출입은행은 벤치마크 유지를 위해 유로화본드를 발행했고 한화케미칼은 엔화 스왑 비용이 일시적으로 낮아진 틈을 타 사무라이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캥거루본드(AUD)는 한국석유공사와 현대캐피탈, 카우리본드(NZD)는 한국산업은행이 발행사로 나섰다. 이외에는 모두 달러화로 발행된 한국물들이다.

지난해에는 올해보다 한국물 발행 물량이 60억 달러가량 적었지만 조달 통화는 훨씬 다양했다. 특히 중국 위안화가 강세를 보였다. 당시 위안화 포모사본드(CNT), 딤섬본드(CNH), 판다본드(CNY) 등 대만·홍콩·중국 등지에서 위안화 한국물이 출현했다. 태국 바트화, 싱가포르 달러 채권 등 한국물 시장에서 보기 드문 프로덕트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올해는 G3(달러화·유로화·엔화) 통화 외 다른 통화를 구경하기조차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2016년에는 달러화 쏠림 현상이 지속됐지만 2017년부터는 다양한 이종통화의 등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공언했고 자금이 많이 풀리게 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를 올려 유동자금을 흡수해야 한다. 지난 15일 FOMC 발언을 종합해보면 2017년 금리는 최소 두 차례 이상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금리가 출렁일 경우 금리가 낮은 이종통화에 관심을 갖는 한국물 발행사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2016년 내내 달러화 조달 금리가 낮게 유지돼 달러 외 다른 통화로 한국물을 발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2017년에는 올해처럼 미국이 금리 인상을 연기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다양한 이종통화의 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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