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17년 만의 상장'… 증시 평가점수 궁금하네 [Market Outlook]독립계 VC 중심으로 상장 공감대…DSC·TS 결과 따라 추가 IPO 관심
류 석 기자공개 2017-01-03 08:03:41
[편집자주]
이 기사는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이 만든 자본시장 전문매거진 thebell Insight(제21호) 2017 Korea Capital Markets Outlook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2016년 12월 29일 10: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법인은 공시 의무 등 거래소에서 규정한 크고 작은 의무에 묶이게 된다. 블라인드 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탈에겐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2016년 DSC인베스트먼트와 TS인베스트먼트가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이들을 뒤따르려는 움직임도 여럿 된다. VC들은 왜 스스로를 ‘오픈'하려 할까.벤처캐피탈의 상장은 독이든 성배일까 아니면 축배일까. 2016년 들어 약 17년 만에 상장에 나선 벤처캐피탈들이 생겨나면서 벤처캐피탈의 상장이 업계의 큰 관심사로 자리잡았다. 현재 상장 가능성이 있는 독립계 벤처캐피탈들이 향후 상장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독립계 벤처캐피탈들은 상장 작업에 나선 벤처캐피탈들의 선례를 보고난 후 기업공개(IPO)를 타진해보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DSC인베스트먼트와 TS인베스트먼트의 상장 이후 기업가치가 어느 정도가 될지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두 벤처캐피탈의 공개시장 입성 후 형성될 주가의 수준이 향후 다른 벤처캐피탈의 상장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DSC인베스트먼트와 TS인베스트먼트는 최근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17년 만의 상장사 탄생을 통해 그동안 벤처캐피탈업이 하나의 독립적인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설움을 덜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벤처캐피탈은 다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필요한 수단 정도로 인식돼 왔다. 또 오랫동안 공개시장에 나서지 않았던 까닭에 불분명했던 벤처캐피탈의 밸류에이션이 이번 기회를 통해 재평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우리도 갈까'…독립계 VC, 2017년 상장 여부 타진
DSC와 TS의 상장 추진으로, 여러 벤처캐피탈이 2017년 상장을 검토해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한국거래소에서 벤처캐피탈의 상장을 꺼려왔다고 알려졌지만, DSC와 TS가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벤처캐피탈도 코스닥 상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2000년 우리기술투자 상장 이후 명맥이 끊겼던 것은 벤처캐피탈 스스로가 상장에 나서지 않았다기보다는 한국거래소에서 별도의 지침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제 상황이 다소 달라진 만큼 2017년에도 여러 독립계 벤처캐피탈이 상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주주가 개인인 독립계 벤처캐피탈들을 중심으로 이같은 움직임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독립계 벤처캐피탈은 모회사의 지원이 없기 때문에 펀드를 결성할 때 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모회사가 있는 벤처캐피탈의 경우 펀드 결성 시 필요한 자금 일부를 지원받기도 한다.
국내 벤처캐피탈 중 독립계 벤처캐피탈로는 메디치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케이투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동문파트너즈,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본엔젤스파트너스 등이 있다.
모기업이 있더라도 전략적으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벤처캐피탈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을 대주주로 두고 있는 미래에셋벤처투자의 경우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현재 상장 추진 계획을 잠시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든 다시 상장 작업을 재개할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 독립계 벤처캐피탈 대표는 "DSC와 TS가 상장을 통해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 다면 우리도 상장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이제 막 상장에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상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많은지 아니면 상장을 하지 않을 때가 많은지 잘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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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TS 공모가 결정…상장 이후 기업가치에 '관심'
DSC와 TS는 최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희망 공모가를 결정했다. DSC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2500~2800원이다. 현재 상장돼 있는 벤처캐피탈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SBI인베스트먼트, 대성창업투자를 비교대상으로 선정하고, 주가수익비율(PER)과 할인율을 적용한 가격이다.
DSC가 현재 발행한 주식과 추가 발행 주식을 합하면 1738만 8923주가 된다. 상장 이후 밴드 안에서 주가가 결정되면 DSC인베스트먼트의 시가총액은 약 434억 원에서 487억 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TS는 희망 공모가 밴드를 1450~1550원으로 결정했다. TS의 발행 주식 총수는 2290만 주가 될 예정이며, 이에 TS인베스트먼트의 시가 총액은 332억 원에서 355억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공모가가 다른 것은 주력 사업, 재무 상황 등의 유사성을 고려해 서로 다른 비교기업을 선정한 후 적용 PER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공모가는 상장을 앞둔 업체와 상장 주관사측에서 업종평균 PER과 할인율 등을 정해 결정하는 가격이다. 상장 이후 주가가 밴드가 안에서 결정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공모가보다는 상장 이후 결정될 주가와 이후 그 주가가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지에 더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상장 기업들 중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했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이라는 업의 특성상 꾸준한 호실적이 어렵기 때문에 주가가 들쑥날쑥 할 수 있어, 상장 직후 주가의 지속 여부는 미지수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에 상장을 시도한 두 회사의 공모가가 많은 차이가 있는게 의문"이라며 "상장된 벤처캐피탈이 별로 없다보니 명확한 비교업종을 선택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모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상장 이후 기업가치가 얼마가 될지 무척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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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의 상장 '러시'…업계 발전에 도움될까
그동안 벤처캐피탈의 상장은 드문 일 중 하나였다. 상장법인으로 전환될 경우 '공시'의 번거로움이 따르고, 펀드 운용에 있어서도 제약이 존재한다. 블라인드 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탈 입장에서 크고 작은 사안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하는 것이 달갑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는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벤처캐피탈이 조성하는 펀드 규모가 이전과 비교해 계속해서 커짐에 따라 그만큼 벤처캐피탈이 부담해야할 비용도 늘었다. 펀드를 결성할 때 펀드 규모의 1%에서 많게는 3~5% 정도를 벤처캐피탈이 의무적으로 출자해야 한다. 펀드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출자해야할 금액도 커진다.
최근 몇년 동안 독립계 벤처캐피탈이 늘어나면서 상장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 모기업의 지원없이 탄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상장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DSC와 TS를 비롯해 상장을 준비하는 벤처캐피탈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원활한 자금 조달이다. 비상장기업의 경우 자금조달에 있어서 명확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독립계 벤처캐피탈들이 전문화와 대형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상장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상장에 성공한다면, 보유 지분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상장 과정에서 공모한 자금을 향후 조성할 펀드에 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DSC와 TS의 경우 이번 신주 공모를 통해 각각 약 123억 원, 88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벤처캐피탈의 상장에 대한 우려도 적지않게 나오고 있다. 업계 스스로도 벤처캐피탈이 상장사로서 짊어져야 할 의무를 다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주주와 유한책임출자자(LP) 간 이해 충돌, 블라인드 펀드 운용의 어려움, 무리한 펀드 청산 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유한책임회사(LLC)형 벤처캐피탈 대표는 "그동안 벤처캐피탈은 독립적인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벤처기업 육성 등을 위한 부가적으로 필요한 업으로만 인식돼 왔다"면서 "벤처캐피탈의 상장사가 늘어난다는 것은 이같은 업계 발전측면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그만큼 감수해야 할 비용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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