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1월 24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 유상증자는 실기했다.
대한항공이 2016년 상반기에 한진해운 꼬리 자르기를 한 이후 선택한 재무개선 방안은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이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삼아 해외에서 영구채 투자자 모집을 여러차례 시도했으나 시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당시 대한항공이 국내에서 영구채를 발행할 경우 예상되는 신용등급이 BBB였으니, 해외에서는 투기등급 중에서도 한참 아래 등급이다. 신용도 보강을 위해 은행권 보증을 추진했으나 이 또한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이 대한항공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의 높은 금리를 요구해 딜 진행이 여의치 않았다.
영구채 발행 추진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대한항공은 아까운 시간만 보냈다. 재무구조 개선 속도가 늦어지면서 신용등급은 BBB로 떨어졌다. 부채비율은 1000%를 넘어 1500%에 육박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등장했다.
신용등급 추락으로 회사채 금리는 단숨에 100bp 넘게 급등했다.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이었던 회사채 발행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차입금 만기가 속속 도래하는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까지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 됐다. 대한항공은 ABS 발행과 영업실적 개선에 따른 현금 유동성을 활용해 차입금 만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선제적인 유상증자로 재무개선이 좀더 일찍 이뤄졌다면 신용등급 추락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 게 중론이다. 이 경우 회사채 발행도 가능해, 만기 차입금을 차환하면서 다른 재무개선책을 고민할 시간도 벌 수 있었다.
신용도 저하로 주가도 계속 내리막길을 걸엇다. 지난해 9월 주당 3만 58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올해 1월에 2만 6000원까지 추락했다. 2만 8000원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2016년 연말 실적 악화가 예상되면서 주가가 다시 흔들리는 분위기다.
신용평가사들은 이제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성공하더라도 신용등급이 원상복구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때 늦은 유상증자가 대한항공에 직·간접적인 비용을 치루게 만들었다. 좀더 일찍 유상증자를 실시했다면 허공에 날리지 않아도 될 비용이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실기는 재무 전략의 실패다. 대주주의 자금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최후의 선택지로 미뤄 놓았던 시간에 대한 대가는 크고,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으로서는 유상증자 이후에도 실적이 계속 좋아져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선순환 상황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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