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VC 엑시트 행렬, 부실 징후였나 [메이플세미컨덕터 법정관리⑨]벤처캐피탈 대부분 지난해 지분 매각
이 기사는 2017년 02월 08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주주 구성은 2016년 한 해 동안 급격한 변화를 나타냈다. 2015년 말까지만 해도 벤처캐피탈들이 과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불과 1년 사이에 엑시트(투자금 회수) 모드로 태세를 전환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벤처캐피탈들의 이같은 엑시트 행렬이 메이플세미컨덕터의 부실 징후를 감지했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메이플세미컨덕터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은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지앤텍벤처투자, 대성창업투자, 아주IB투자, 포스코기술투자 등이 있다. 이들 기관은 2015년 말 감사보고서 상 보통주와 우선주 형태로 30%에 육박하는 메이플세미컨덕터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다. 아주IB투자의 경우 구주를 매입했지만, 나머지 벤처캐피탈들은 신주 형태로 메이플세미컨덕터에 투자했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입수한 가장 최신의 메이플세미컨덕터 주주 명부에 따르면 이들 벤처캐피탈 가운데 아직까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포스코기술투자가 유일하다. 포스코기술투자는 2015년 8월 그룹 차원에서 정책적 목적으로 조성한 포스코패밀리전략펀드를 통해 30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투자했다. 2011년~2013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집행한 다른 벤처캐피탈들에 비해 비교적 투자 시점이 늦었던 까닭에 엑시트까지 여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기술투자를 제외한 다른 벤처캐피탈들의 메이플세미컨덕터 지분 매각은 2016년 2분기 이후 집중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일부 벤처캐피탈의 경우 펀드의 만기가 임박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로 한국투자파트너스나 대성창업투자, 아주IB투자 등이 메이플세미컨덕터에 투자한 펀드의 경우 2010년을 전후한 시기에 조성돼 회수 시기가 도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기관이 일제히 엑시트 대열에 합류한 시기는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유동성이 악화되는 시기와 맞물린다. 메이플세미컨덕터는 지난해 3분기를 전후한 시점에 은행권의 차입금 상환 압박을 받았고, 매출채권 회수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이같은 정황들을 고려할 때 투자 기간이 길었던 까닭에 비교적 회사 사정에 밝은 벤처캐피탈들이 발빠른 엑시트를 단행한 것으로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벤처캐피탈들이 매각한 지분의 행방도 이같은 의혹에 무게를 더한다. 지분의 상당량이 자산운용사 등으로 분산됐다는 점에서다.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성장 잠재력이 여전하거나, 최소한 현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나 다른 벤처캐피탈이 운용하는 세컨더리 펀드 등에 팔릴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메이플세미컨덕터 엑시트를 완료한 벤처캐피탈들은 나름의 전략적인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투자 당시 염두에 둔 엑시트 시점이 2016년 무렵이었으며, 기업가치 또한 예상치에 부합했기 때문에 지분 매각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메이플세미컨덕터에 투자했던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2015년 하반기부터 엑시트를 위해 비슷한 시기에 투자한 기관들과 협의를 진행했다"면서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실적이 기대치를 충족시켰고, 투자 기간 또한 2~3년이 지나 초기기업 펀드 포트폴리오로서는 최적의 엑시트 시기가 도래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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