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위기의 삼성]특검·삼성 '건곤일척', 누가 이겨도 상처투성이영장 발부시 역차별·형평성 논란, 기각시 '삼성공화국' 오명 부담

정호창 기자/ 이경주 기자공개 2017-02-16 13:43:44

이 기사는 2017년 02월 16일 11: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그룹이 벼랑 끝에서 건곤일척을 펼치는 운명의 날이 밝았다. 패배할 경우 양쪽 모두 나락으로 떨어지기에 한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그렇다고 승자 독식 구도도 아니다. 이긴 쪽도 치러야 할 대가가 만만치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은 16일 오전 9시 25분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에 출두했다. 뒤이어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 담당 사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9시 40분께 특검 사무실에서 나와 수사관들과 함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이동했다.

크기변환_이재용 2차 영장심사
이 부회장은 지난달 18일 1차 영장실질심사 출석 때보다 더욱 굳고 무거운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취재진이 혐의 인정 여부와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소회 등을 물었지만 침묵을 유지한 채 걸음을 옮겼다. 박 사장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서울중앙지법에서 한정석 영장전담판사(사법연수원 31기)가 주관하는 피의자심문 절차를 거친 후 이날 오후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대기한다. 영장 발부가 결정되면 즉시 수감상태에 들어가며, 기각시 귀가 조치된다.

특검과 삼성 변호인단이 영장실질심사에서 각각 배수진을 친 자세로 치열한 법리공방을 펼칠 예정이라 이 부회장과 박 사장의 구속여부 결정은 17일 새벽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18일 진행된 이 부회장의 1차 영장실질심사 결과도 16시간 가량이 지난 다음 날 새벽 5시께 나왔다.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특검은 수사기간 연장 명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수사를 피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수사를 위해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불구속 상태로 기소하는데 문제가 없는데 대통령 수사를 위해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는 이 부회장의 구속을 고집해 피의자의 인권 보호 원칙을 훼손하고 '역차별' 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글로벌 총수를 구속시킴으로써 기업 경영은 물론이고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이 미치게 만들었다는 목소리도 마주하게 된다. SK·롯데그룹 등 대가성 자금 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을 선언한 채 삼성그룹만 타깃으로 삼은 점은 형평성 논란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이란 특검의 본질을 '삼성뇌물 사건 규명'으로 변질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검은 15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논란을 정면으로 부인·반박했지만 세간의 평가는 이미 '삼성 특검'으로 기울어진 상태다.

이 부회장 구속에 성공한다면 특검은 당장은 수사 성과를 낸 모양새를 갖추며 국민적 성원을 다시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러나 훗날 정식 재판을 통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뇌물공여 혐의 등이 무죄로 밝혀질 경우, 여론을 등에 업고 무리한 수사를 강행했다는 평가를 역사에 남기게 된다.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돼 삼성그룹의 판정승으로 승부가 마무리될 경우 특검은 수사동력과 생명력을 사실상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삼성그룹도 '총수 부재'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는 넘기게 되지만 그에 못지 않은 큰 후폭풍을 마주해야 한다.

반기업 정서에 편승한 '재벌 해체' 요구가 더욱 거세질 수 있고, 삼성그룹이 최우선 타깃에 오르게 된다. '삼성공화국'이란 오랜 오해와 오명은 더욱 굳어지고, 수십 년간의 노력과 천문학적 자금을 들여 쌓은 기업 이미지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미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국내 소비자 일부가 삼성 불매 운동에 나선 상태인데 이 같은 경향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하반기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실적 감소를 겪어, 올 상반기 '갤럭시S8'을 통한 만회가 절실한 삼성전자가 내수 실적에 악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향후 삼성그룹이 추진할 다양한 지배구조 정비 작업과 혁신 작업에도 적지 않은 지장이 예상된다. 다수의 국민들이 삼성그룹의 일거수일투족을 색안경을 쓰고 바라볼 공산이 커 시장과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삼성그룹 옥죄기도 더욱 심화될 공산이 크다. 이미 야권에서는 '이재용법', '삼성법'으로 불리는 규제 법안들의 법제화에 돌입한 상태다.

결국 특검과 삼성의 법정대결은 지면 나락으로 떨어지고, 이겨도 감당해야 할 손해가 만만치 않은 승자 없는 공멸게임인 셈이다. 결과의 파장은 두 당사자에게만 미치지 않는다. 어떤 판단을 내리건 법원도 패자 쪽을 지지하는 진영에서 제기할 거센 비난과 비판 앞에 마주서야 한다. 특검과 삼성, 법원은 물론이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까지 모두에게 불행한 운명의 날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