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2월 22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의 초대 화학 BU(Business Unit)장에 오르게 된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부회장 승진에서는 누락됐다. 다른 주요 BU장들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과는 대조되는 인사다. 세금 환급 소송 사기 등 5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 사장은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롯데케미칼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어제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교현 롯데키미칼 LC 타이탄(말레이시아) 대표에게 자리를 물려줄 것이란 예상이다. 이렇게 되면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회장과 김교현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22일 롯데그룹 임원 인사에 따르면 그룹의 주요 4개 BU 부문 수장 가운데 식품을 담당하는 롯데칠성 이재혁 사장과 유통을 담당하는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호텔 BU를 담당하는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도 부회장 승진이 유력한 상황이다. 4개 BU장 가운데 초대 화학 BU장에 오른 허수영 사장은 부회장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허 사장은 2012년 롯데케미칼의 대표이사에 올라 4년만에 그룹을 대표하는 계열사로 올려놓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10년 간 회사의 굵직한 M&A(인수합병) 거래를 진두지휘하는 등 규모를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7년 롯데대산유화, 2009년 파키스탄 PTA, 2010년 영국 아테니우스 공장, 말레이시아 타이탄홀딩스, 2012년 케이피케미칼 등의 인수 등에 모두 깊이 관여했다.

2004년부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이를 직접 지켜보기도 했다. 2004년 전무로 승진한 허 사장은 계속된 승진 인사 속에 2012년부터는 신 부회장과 함께 롯데케미칼의 공동 대표이사직을 맡아왔다.

롯데그룹이 허 사장을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롯데정밀화학, 롯데첨단소재 등 화학 계열사 전체를 총괄하는 자리에 임명한 데는 그가 보여준 성과가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더욱이 화학BU장은 이번에 처음으로 신설된 자리다. 그룹에서 그만큼 화학 사업 부문을 인정하기 시작했단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 사장이 부회장 승진에서 누락된 데는 진행 중인 소송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허 사장은 270억원대의 세금을 부당하게 환급 받았다는 세금 환급 소송 사기 등 5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화학 BU장은 여러 화학 계열사를 총괄하는 자리인만큼 허 사장이 승진한게 맞다"면서도 "부회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것은 진행 중인 소송 등 여러가지 복잡한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사장은 화학 BU장을 맡게 되면서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직에서도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대표이사는 신동빈 회장과 허 사장이 공동으로 맡고 있는데, 두 사람의 임기는 다음달 20일까지다. 신 회장의 롯데케미칼에 대한 애정 등을 감안할 때 신 회장이 계속해서 대표이사직을 맡고, 허 사장의 몫이던 공동 대표이사직은 어제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된 김교현 타이탄 대표에게 돌아갈 것이란 예상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책임경영을 강조한만큼 계속 대표이사직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허수영 사장의 경우 임기가 연장돼서 모두 3명의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갈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대표이사 자리를 김교현 대표에게 물려주고 계열사 대표이사직 없이 화학BU장만 맡게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