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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금융의 CIB 고민

윤동희 기자공개 2017-02-28 09:04:02

이 기사는 2017년 02월 23일 16: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하나금융그룹이 IB사업 본부를 단으로 개편하면서 국내 3대 시중은행금융그룹이 기업투자금융(CIB) 그룹체제를 갖추게 됐다. CIB그룹제는 매트릭스 시스템으로 증권과 은행의 IB사업부문을 통합해 하나로 운영하는 체제를 말한다.

이러한 시중은행의 움직임을 예의주시 하는 곳이 있다.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이다. 두 회사는 CIB 협의체를 운영하는 일종의 연대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협의체 수준이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금융그룹 행보에 맞춰 NH농협금융지주도 CIB그룹을 만들 수도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이 시나리오의 문제는 두 회사의 전혀 다른 DNA다. 은행과 증권은 서로 차이가 나는 게 아니라 다른 조직이다.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 산하의 은행이다. 신경분리든 독립경영이든 구호를 외쳐도 중앙회 산하 조직임에는 변함이 없다. 때문에 농협은행만의 문화와 투자전략은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은행의 기반을 고려했을 때 크고 천천히 움직이는 현재의 기조를 취하는 게 옳다. 혹시나 변화를 시도한다 해도 항공모함의 궤도를 수정하는 것처럼 십수년은 족히 걸릴 일이다.

NH투자증권은 우리투자증권이 흡수되긴 했지만 주요 인력은 우투 출신 인사가 꿰차고 있다. 우투의 피가 흐른다는 얘기다. 일례로 NH투자증권의 IB사업부는 IB업계의 맏형으로 꼽히는 정영채 대표가 맡고있다. 국내 증권사 중 몇 안되는 발빠르고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하우스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더벨 리그테이블 기준 M&A 자문사로서 최근 2년 새 발표·완료기준 모두 외국계 자문사들과 함께 상위 10위안에 이름을 올렸다.

DNA는 이토록 다른데 CIB로 조직이 통합되면 예상되는 진통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통상 자산규모나 금융그룹 안에서 은행의 위치 때문에 CIB 헤드는 은행 출신이 맡게 된다. 이미 CIB체제를 취하고 있는 국민·신한·하나금융그룹가 모두 그렇다. 그렇다고 NH농협금융그룹이 CIB 대표직에 농협은행 출신의 부행장이 오기는 애매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증권사 출신 인사가 은행인력을 통솔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양쪽 모두 서로의 DNA를 감당하거나, 조직 성격상 농협은행에서 투자부서를 단독으로 떼내 운영할 수 있을 만한 지도 의문스럽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를 잘 알기에 NH금융그룹은 아직 CIB 협의체 체계를 유지하는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내외부적으로는 NH농협금융지주도 3대 시중은행금융그룹처럼 '트렌드'을 따라 매트릭스 조직체제를 시도할까 우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장관계자의 진단대로 현재처럼 딜, 프로젝트 별로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는 게 NH농협금융그룹의 기업투자금융 사업을 운영하는 데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단순히 트렌드를 좇아 서로 다른 조직을 섞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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