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하이·TSMC, 예상 깬 '반전' 이룰까 [SK의 도시바 인수 도전] ④하이닉스 합류시 시너지 막강… 日 배타성 극복 관건
정호창 기자공개 2017-03-14 18:35:33
[편집자주]
일본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업계 2위인 반도체사업부 매각을 결정해 메모리반도체 업계와 인수합병(M&A)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매각 결과에 따라 낸드플래시 시장에 큰 지각변동이 예상돼 반도체 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국내 기업 중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는 SK하이닉스의 인수 가능성과 전략, 변수 등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3월 10일 13: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시바가 반도체사업부 진성매각으로 선회한 뒤 가장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후보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을 거느리고 있는 대만의 홍하이 그룹이다. 총수인 궈타이밍(郭台銘) 회장이 직접 "도시바를 오랫동안 연구했다. 우리는 아주 진지하고 매우 자신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로 이번 딜에 강한 의욕과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인수 의지 표명 뿐 아니라 인수를 위한 행보 역시 발빠르다.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홍하이는 이미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위해 같은 대만 기업으로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인 TSMC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도시바 반도체 경영권 인수에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탓에 공동 투자를 통해 재무 부담을 줄이고, 경험이 없는 반도체 사업 운영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홍하이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SK그룹에도 컨소시엄 참여 구애를 보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SK하이닉스가 홍하이·TSMC 컨소시엄 합류를 결정할 경우 자금력과 인수 후 시너지 효과 등 인수 경쟁력에서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마이크론을 크게 앞설 것으로 관측된다.
◇미·대만 기업 대결구도, '캐스팅보트' 쥔 SK하이닉스
현재 전개 양상으로 보면 이번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은 미국 반도체 기업과 대만 IT기업들이 각각 컨소시엄을 꾸려 경쟁하는 구도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낸드플래시 3·4위 업체인 미국 WD와 마이크론이 손을 잡고, 대만 홍하이·TSMC 연합군과 다투는 형태다.
이런 경쟁구도에선 SK하이닉스가 양쪽 진영 모두에 가세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를 쥔 후보가 될 수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일본 정부와 산업계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해 재무 여력이 있는 원군을 필요로 하고, 홍하이·TSMC 컨소시엄은 낸드플래시 사업 운영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조력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두 진영 중 어느 곳과 손을 잡을 지를 면밀히 검토 중인 상태다. 일본 시장 정서를 감안할 때 인수전 승리 가능성이 보다 높은 미국 기업들과 공조할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지만, 인수 성공 후 실익 등을 감안해 전격적으로 홍하이 컨소시엄 합류를 결정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이닉스·홍하이·TSMC' 컨소시엄, 자금력·시너지 타 후보 압도
SK하이닉스가 홍하이·TSMC 진영에 가세할 경우 해당 컨소시엄은 단숨에 강력한 인수후보로 부상할 전망이다. 인수전 승리의 최대 관건인 자금력에서 미국 기업들을 압도하는 데다, 거래 종결력과 시장 안착 가능성에서도 앞서기 때문이다.
미국 WD와 마이크론은 각각 10조 원, 6조 원 수준의 순차입금을 보유한 상태로, 20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바 반도체 인수금액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홍하이와 TSMC는 각각 13조 원, 14조 원 가량의 순현금을 갖고 있다. 단독 인수는 어렵지만 두 회사가 힘을 합친다면 도시바 반도체 인수가 어렵지 않다. 약 9조 원의 가용 실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SK하이닉스까지 가세한다면 자금력에선 미국 반도체 기업들을 완전히 압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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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WD, 마이크론 등과 손잡고 인수에 성공할 경우 중국 정부 기업결합심사에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리스크도 홍하이 컨소시엄에 합류한다면 쉽게 해소가 가능하다. 빠른 거래종결과 자금 유입을 원하는 도시바 입장에선 우선협상자 선정시 인수가격 못지 않게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 중 하나다.
SK하이닉스·홍하이·TSMC 삼각 연대가 가져올 시너지 효과도 막강하다. 도시바 반도체 인수 후 사업장 운영 등은 현재 동종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맡고, TSMC는 SK하이닉스와 함께 수율 향상과 기술 개발, 홍하이는 낸드플래시 소비를 책임지는 형태로 역할 분담을 나눠 각자 실익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의 연대는 각자 영위하고 있는 기존 사업의 협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가져올 공산이 크다. TSMC가 생산하는 AP와 SK하이닉스의 D램·낸드플래시를 홍하이가 생산하는 각종 전자기기에 탑재하는 방식의 연결고리 강화를 통해 세 기업 모두 실리를 얻을 수 있다.
◇日 시장 배타성 극복, 인수 성공 관건
SK하이닉스·홍하이·TSMC 컨소시엄이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일본 정부와 산업계의 거부감과 배타성이다.
도시바가 재무위기를 넘기 위해 반도체사업 매각을 결정했지만 일본 정부와 재계에선 자국 굴지의 첨단기술사업을 해외 기업에 넘기는 것에 대한 반대기류가 높다.
가능하다면 일본 산업계나 금융권 내에서 인수자가 나와 도시바 반도체의 기술과 인력, 생산설비 등이 자국 내에 보전되길 원하고 있다. 일본 내 소화가 어려울 경우 차순위는 미국 기업이 인수자가 되길 선호한다.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업계 선두기업 인수를 호시탐탐 노리는 중국이나, 이미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 도시바 반도체 경영권을 넘기는 것은 일본 정부와 산업계가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시나리오다.
홍하이와 TSMC는 대만에 뿌리를 둔 기업이나 중국 시장에서 맹활약하고 있고, 중국 정부와도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일본 시장에선 사실상 중국 기업으로 보는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다른 후보와 입찰 조건이 비슷하다면 도시바가 홍하이 컨소시엄에 인수 자격을 부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M&A 시장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도시바의 재무 위기 상황이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데다, 딜이 진행될수록 민간기업 M&A에 일본 정부 등 외부의 간섭이 부적절하다는 반론과 반발이 나올 수 있어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M&A에서 인수자를 결정하는 첫 번째 조건은 결국 거래가격이고, 나머지 고려사항은 부수적인 평가대상일 뿐"이라며 "SK하이닉스와 홍하이 등이 손잡고 다른 후보들보다 압도적인 입찰가를 제시한다면 매각측이나 일본 정부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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