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영, 롯데케미칼 생일날 협회장 연임 '용단' "석유화학협회 선장 잃고 좌초하게 내버려둘 수 없다"
박상희 기자/ 이명관 기자공개 2017-03-16 11:18:50
이 기사는 2017년 03월 16일 11: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허수영 롯데그룹 석유화학BU장이 16일 한국석유화학협회 19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파행을 겪던 차기 석유화학협회장 선출이 허 협회장의 연임 결심으로 파국을 막게 된 것인데, 이날이 마침 롯데케미칼의 창립 기념일이라 의미를 더했다.1976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입사 이후 40년 넘게 '롯데맨', '화학맨'으로 살아온 허 협회장이 임기를 마치고 협회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결심을 바꾸는 '용단'을 내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에게 협회장직을 그만두겠다고 보고까지 한 상황이라 연임 결정을 내리기까지 장고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16일 오전 롯데호텔에서 43기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19대 회장으로 허수영 롯데그룹 석유화학BU장을 선임했다. 정기총회 당일까지 차기 회장 후보를 추대하지 못한 상황에서 현 협회장을 다시 한번 차기 회장 후보로 제안하는 추대가 이뤄졌고 참석자 만장일치로 동의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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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협회장은 오는 5월 만료되는 18대 회장 임기가 끝나면 협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일찌감치 밝혔던 터였다. 협회장 선임 방식을 추대에서 순번제로 변경하는 안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마련했고, 5개사(LG화학,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한화케미칼, 대림산업) CEO들이 돌아가며 순서대로 협회장직을 맡는다는 구체적인 방식까지 도출한 터였다.
하지만 5개사 가운데 가장 먼저 협회장직을 맡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어 결국 협회장 순번제는 파행을 맞았다. 허 협회장이 직접 33개 회원사 CEO들에게 연락을 취해 협회장을 맡아달라고 읍소까지 했지만, 모두 고사하면서 공석이 될 위기에 처했다. 40년이 넘는 기간을 석유화학업계에 몸담은 허 협회장으로서는 차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1951년생인 허 협회장은 1976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했다. 2007년 롯데대산유화 대표, 2012년부터 롯데케미칼 대표를 맡아왔고, 올해 새로 생긴 그룹 석유화학BU장으로 승진했다. 40년 넘게 롯데그룹의 석유화학 분야에만 몸 담아왔다.
허 협회장은 석유화학 산업이 호황이라는데 석유화학 업체가 모여 발족한 석유화학협회장을 공석으로 두면 산업자원통상부를 비롯한 외부에서 석유화학 업계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장이 공석이면 업계의 목소리를 대표하거나, 정부를 상대로 정책을 관철시키는 데 아무래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석유화학협회가 선장을 잃고 좌초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면서 허 협회장이 연임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려스런 상황이 벌어질까 염려한 허 협회장이 결국 연임 결정을 내린 배경이다. 허 협회장은 석유화학BU장을 맡게 되면서 그룹 내 석유화학 관련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협회장직을 그만두겠다고 신동빈 부회장에게 보고를 올린 터라 더욱이 연임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신동빈 그룹 회장에게 협회장직 사임을 보고까지 했는데 연임을 하게 되면 자신이 한 말을 번복한 게 돼서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면서 "그룹 내부적으로 신동빈 회장 측과 사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협회장은 정기총회를 마치고 신 회장에게 협회장 연임 관련 허락을 받았냐는 질문에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3월16일이 회사 창립기념일"이라면서 "석유화학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롯데케미칼이 성장하는 데 헌신한 허BU장이 협회장 연임 결정을 내려줘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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