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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해외수주 심의 엄격해졌다 손실 발생 '싱가포르 지하철' 추가 수주계획 부결

이상균 기자공개 2017-03-24 08:25:28

이 기사는 2017년 03월 22일 11: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대규모 해외사업 부실을 털어낸 대우건설이 해외수주 심의 기준을 한층 엄격히 적용시키고 있다. 과거 같으면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으로 출혈 경쟁도 감수했지만 이제는 수익성 떨어지는 해외공사를 적극적으로 걸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다. 딜로이트안진이 한층 강화된 회계기준으로 대우건설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해외사업 부실을 더 이상 숨기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전략기획본부 산하의 리스크관리팀은 싱가포르 지하철 추가 수주 건에 대해 사업성이 낮다며 사업 불참을 결정했다. 대우건설 전략기획본부는 실세로 평가받는 이훈복 전무가 관할하는 본부다. 리스크관리팀은 RM본부 소속이었지만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전략기획본부로 이관됐다. 신규 공사의 사업성을 판단해 심의를 결정하는 조직으로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로 여겨진다.

대우건설은 2014년 4월 싱가포르 북단 우드랜즈 노스역부터 남쪽으로 이어지는 약 30㎞의 톰슨라인 중 스티븐스역을 관통하는 216공구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발주처는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이다. 지하역사 1개소와 2.93㎞의 터널을 포함한 3.2㎞의 지하철 구간을 66개월간 단독으로 시공하고 있다. 수주 규모는 3687억 원이다. 지난해 9월까지 공정률은 29.8%다.

문제는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 과정에서 벌써부터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예상과 달리 대우건설의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의 원가율이 100%를 넘고 있다"며 "발주처로부터 부지 인도를 늦게 받은 것이 원인이긴 하지만 수주 관정에서 일정 수준의 출혈 경쟁이 이뤄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건설이 아직 발주처에 클레임을 신청하지 않아 일단 공사 손실부터 반영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준공예정일이 2020년 12월로 3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공사 손실이 발생하자 대우건설 리스크관리팀은 현장에서 제안한 싱가포르 지하철 추가 수주계획을 심의해 부결시켰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은 216공구를 포함해 지하철 구간을 여러 개로 나눠 공사를 발주했지만 대우건설은 입찰에도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이 경쟁에서 빠지면서 창이공항 인근의 T301공구 차량기지 공사는 GS건설, 시린 지역을 연결하는 T313공구는 삼성물산, T220공구는 동아지질이 가져갔다.

대우건설의 2016년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딜로이트안진도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 현장을 유심히 지켜봤다. 딜로이트안진은 지난해 12월 싱가포르 지하철 216공구 현장을 방문해 재고자산을 실사했다. 싱가포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재고자산실사가 이뤄진 유일한 지역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지난해부터 해외공사 심의 기준을 강화하면서 해외 수주 물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회사 측에서 매출감소를 감수해서라도 수익성 낮은 해외공사는 수주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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