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5월 11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과 손잡고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패션 SPA(제조유통일괄화) 브랜드가 지난해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외형을 불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백화점·쇼핑몰 등 기존 롯데그룹이 보유한 유통망과 외국계 브랜드의 인지도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1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FRL코리아, 무인양품, 자라리테일코리아 등 롯데그룹 계열사와 합작한 3사는 지난해 매출 1조 6059억 원, 영업이익 1361억 원을 기록했다. 3사 모두 고르게 성장해 매출 외형은 전년대비 9.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국내 소비자 취향에 익숙한 토종 SPA브랜드와의 경쟁 등으로 인해 17.2% 감소했다.


3사가 최근 4년(2013~2016년)간 연평균 두 자릿수대 성장을 이어가는 요인으로는 의류 소비를 줄이려는 가계 심리 확산이 꼽힌다. 저렴하지만 특색있는 해외 패션SPA 브랜드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36만1000원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을 제외한 실질적 지출규모는 전년대비 1.3% 줄었다. 지출 내역 중 의류·신발 부문은 전년대비 2.4% 감소해 교통부문(4.3%), 통신부문(2.5%) 다음으로 지출 감소폭이 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객이 늘며 글로벌 브랜드에 친밀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이로 인해 글로벌 브랜드와 국내 토종 브랜드와의 경쟁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합작사의 유통 경쟁력을 활용한 점도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각사는 매장 수를 늘려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거나 상품 가짓수를 조절하며 재고자산을 관리하는 전략을 폈다. FRL코리아가 기존 쇼핑몰 등 롯데그룹이 보유한 채널을 통해 빠른 속도로 매장 수를 늘리는 동안 무인양품과 자라리테일코리아 등은 재고자산 관리에 힘써온 것으로 분석된다.

SPA브랜드 유니클로(UNIQLO)를 운영하는 FRL코리아는 현재 매장 수를 182곳까지 늘려 시장 확대를 꾀했다. 반면 롯데상사가 투자한 무인양품(無印良品)과 롯데쇼핑이 지분 20%를 들고 있는 자라리테일코리아는 신중한 출점 전략을 폈다. 최근 4년간 매장 수 77곳을 추가한 유니클로에 반해 같은기간 무인양품과 자라(ZARA)는 각각 8곳, 3곳 만을 늘렸다.

한편 합작 3사 중 재고자산회전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자라리테일코리아로 최근 4년(2013~2016년)간 평균 20회전을 상회하는 속도를 보였다. 4년 평균 재고자산회전율은 자라리테일코리아가 21.45회전, FRL코리아가 5.35회전, 그리고 무인양품이 3.90회전으로 집계됐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상품 수가 적고 생산주기는 짧은 SPA브랜드의 특성상 재고자산을 쌓아두는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다"며 "재고자산회전율이 높을 수록 업체는 보관료 등을 절약할 수 있어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아끼는 효과를 얻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