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5월 15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과 점심을 같이 하고 식사 후에는 와이셔츠 차림으로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산책하는 모습을 통해 '소통'을 실천하고 있다. 4차산업 등 자신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청와대 조직을 대폭 손질 한 것이나 최측근을 핵심 요직에서 배제한 채 참모진을 꾸린 것도 참신하게 보인다.중소·벤처업계와 산업·금융계는 문 대통령이 규제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 경제의 기본 틀을 어떻게 개혁할지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정권은 규제 개혁을 위해 집권 초 무던히 노력했다. 하지만 정치와 사회적 이슈들이 불거지며 용두사미에 그치고 만 경우가 허다했다. 박근혜 정권도 집권초 '손톱 밑 가시'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각종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큰소리 쳤다. 실상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근간에 깔린 규제의 틀을 바꾸지 못하며 지엽적인 규제만 거둬내는데 그쳤다.
중소·벤처업계를 중심으로 산업 및 금융계는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통해 강력한 경제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시스템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소·벤처업계는 숙원사업인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처특별법)' 개정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후보시절 문 대통령은 중소·벤처기업 관련 공약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신설과 함께 △성장단계별 정책자금 지원 확대 △중소기업 R&D(연구개발) 지원 2배 확대 △신산업분야 규제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 △모험자본·재기지원 강화 등을 내세웠다.
업계는 창업 및 벤처생태계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규제 플랫폼이 현행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법률과 규정상 금지하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규제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기업들이 하지 말아야 할 방식만 법으로 규정하고 나머지는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기업의 대관업무 등을 돕기위해 공공경영법무센터를 신설했다. 센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남영찬 대표변호사가 전하는 한국의 규제 시스템은 가히 세계 최악 수준이다. 그는 지난 18년간 판사 생활을 마친 뒤 2005년 SK그룹에 합류했다. SK브로드밴드와 SK텔레콤 등 SK그룹의 주요 계열사 임원을 거쳐 사장까지 승진했다. 법조인 치고는 이례적으로 긴 9년 동안이나 기업에 몸담으며 당국의 규제가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남 대표변호사는 "대한민국의 규제체제가 기업에 친화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적대적인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며 "규제 시스템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미국 우버와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가 도저히 등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각각 상반되는 경제 체제에 기반을 둔 미국과 중국이 모두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이유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며 "중국 경제가 미국을 맹추격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네거티브 기조의 규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금융권에서도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개혁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금융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금융이 전략 서비스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새 정부에서 규제의 틀 자체를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기업하기 편하고, 창업하기 쉬운 나라를 만들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달라는 것이 핵심 요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1번 공약인 일자리 만들기를 강조하기 위해 일자리수석을 신설했다. 4차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대안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자발적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 토양이다.
우버(Uber), 비트코인 송금, 원격의료, 공유경제, 디지털 헬스케어, 핀테크, 디지털 법률서비스 등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국의 미래가 있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는데 기존 규제시스템 내에서는 이를 수용해 사업을 할 수가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있다. 집권 초기에 대한민국의 오래된 규제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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