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열풍' 불었지만 '신뢰' 없었다 [로보어드바이저 진단] ①알파고 이후 상품 우후죽순…일부업체 가능성 엿보여
이충희 기자공개 2017-05-22 09:53:07
이 기사는 2017년 05월 17일 08: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여의도의 한 헤지펀드 운용사에서 상품 마케팅 전략을 짜는 A팀장. 그는 업계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로보어드바이저 단어가 거론될 때마다 불편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다. 무한대 경우의 수가 펼쳐지는 증권시장에서 금융 인공지능이 과연 적절한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A팀장은 국내에서 로보어드바이저는 현혹된 말로 투자자들을 공략하는 마케팅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업계에서 불신이 팽배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은행, 증권 등 기존 금융업종에서 종사하는 업계 전문가들 조차도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마케팅 효과를 노린 금융사들이 여건을 갖추지 않고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었던 것이 업에 대한 불신을 키운 계기였다고 진단하고 있다. 금융사들이 선보인 갖가지 상품들에 로보어드바이저 단어가 차용되면서 개념이 혼탁해지는 등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알파고 효과' 1년 간 상품 쏟아져
국내에 로보어드바이저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기 시작한 것은 작년 초부터였다.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현대증권(현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업계 경쟁이 과열되자 은행, 증권사, 운용사 등을 가리지 않고 많은 금융회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내세운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각종 컴퓨터 툴을 활용해 정보를 분석하고 운용에 접목하는 금융상품들에 로보어드바이저 딱지가 붙은 것도 이 즈음이었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가 로보어드바이저 자문사와 손잡고 빅데이터 등 IT 기술력을 접목한 공모펀드를 속속 출시하기도 했다. 이른바 로봇처럼 작동하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펀드를 운용한다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금융권에서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2015년 대우증권이 자문사 일임상품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핀테크 스타트업들을 발굴해 상품을 만들었던 것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의 시초였다"면서 "2016년 초 이세돌과 알파고 대국 이후 금융권에 붐이 일어 비슷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 인베스트먼트와 로보 어드바이저 구분해야"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시된 각종 상품들은 로보어드바이저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포트폴리오는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각종 컴퓨터 툴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운용에 접목하는 특정 금융상품을 지칭하고 있다. 기존 퀀트 상품과 전혀 다를바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는 원조격인 미국 로보어드바이저와 개념이 한참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배분, 맞춤형 포트폴리오, 비대면 자동 리밸런싱 등 단어들로 요약된다. 개인이 온라인 로보어드바이저에 자금을 맡기면 그 사람의 생애주기, 소득수준, 투자성향 등을 따져 가장 적합한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자동 운용된다.
로보어드바이저 자문사 대표는 "국내에서는 펀드나 랩어카운트 등 특정 상품들에 로보어드바이저 단어가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같은 형태를 로보어드바이저라고 부르지 않는다"면서 "IT 기술력을 활용해 운용에 접목시키는 '로보 인베스트먼트(Robo Investment)' 상품과 '로보 어드바이저(Robo Advisor)'는 명확하게 구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해외 로보어드바이저에 견줄만한 수준 높은 서비스들이 탄생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한은행은 작년 말 선보인 '엠폴리오'를 통해 개인별 맞춤 펀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가입자에게 자동 리밸런싱까지 자문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엠폴리오가 아직까지 완벽히 개인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가입자의 수입과 나이 등 상황을 고려한 자산배분 포트를 자동으로 만들어준다는 측면에서는 국내에서 로보어드바이저에 가장 가까운 모델"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