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8월 01일 07시2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창업투자사의 설립 자본금 요건이 31년전과 동일한 20억 원으로 낮아진다. 벤처투자 시장의 문턱을 낮춘다는 취지에서 본다면 환영할만한 일이다. 고유계정 투자보다 펀드 운용이 중심이 되는 벤처캐피탈들에게 높은 자본금 요건을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법률 개정안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설립을 위한 자본금 조달은 신생사가 거쳐야할 첫번째 관문에 불과하다. 마수걸이 펀드를 무사히 결성하는 일이 그다음 관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창투사의 출자(GP커밋)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신생 운용사들은 대개 펀드 규모가 작거나 투자 조건이 까다로워서 중견 운용사들이 기피하는 펀드에 도전한다. 대표적인 분야가 청년창업 펀드다. 그런데 지난해 청년창업펀드 결성 현황을 보면 창투사들은 평균적으로 약 18억 원의 GP커밋을 출자했다. 개정될 설립 자본금 기준인 20억 원에 준하는 금액이다. 1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면서 모태펀드 출자금 7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30억 원을 운용사가 모두 부담한 경우도 있었다.
신생사들이 GP커밋에 의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유한책임사원(LP)들이 심사역보다 운용사의 트랙 레코드를 중시하는 풍토 때문이다. 펀드 운용 성과가 좋았던 심사역이라도 신생사를 만들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트랙 레코드를 쌓아야 한다. 이런 LP들의 평가 방식이 벤처캐피탈의 보이지 않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몇년전 대주주가 바뀐 M사도 비슷한 경우다. 새로운 주주들이 직접 경영에 나서고 심사역들도 대부분 교체되면서 사실상 신생사로 새출발하게 됐다. 그 결과 재무 상태도 개선되었고 투자 실적도 괄목할만하다. 하지만 저조한 트랙레코드가 발목을 잡아 어렵게 펀드를 늘려나가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신생사들이 펀드레이징 시장에서 중견 업체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업력보다는 운용 인력의 능력을 우선시하고, 정량적 평가보다 정성적 평가에 비중을 두는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 결국 LP들의 출자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신생 벤처캐피탈들은 종종 자신들도 일종의 '스타트업'이라고 말한다. 자산과 실적보다 창업자들의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로 스타트업과 유사하다. 이들이 쉽게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창업단계를 지나 성장궤도에 안착하게끔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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