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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제도화 TF '한 달째' 개점휴업 지난달 2차 회의 후 논의 없어, 금융위 소극적 태도 원인 지적

안경주 기자공개 2017-08-28 09:27:17

이 기사는 2017년 08월 23일 16: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디지털가상화폐(이하 가상화폐)와 관련된 범죄와 보안 사고가 빈발하는 등 관련 시장의 혼란이 거듭됐지만 가상화폐 제도화 작업은 지지부진 하다. 금융위원회 주도의 '가상화폐 제도화 태스크포스(TF)'가 한달째 개점휴업 상태인 탓이다.

정부가 가상화폐 대책과 관련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가운데 이를 주도해야 할 금융위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면서 가상화폐 제도화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달 14일 개최한 TF 회의를 마지막으로 한 달째 회의를 소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회의는 TF가 확대·개편된 후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당시 사무처장) 주재로 열린 두 번째 회의였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TF를 발족했다. 디지털통화의 법적 정의, 거래소 등록제, 자금세탁방지, 외환규제 등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상화폐 거래 시장이 아무런 제한 없이 운영되고 투기 양상이 우려할 수준까지 확산되면서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검찰까지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TF로 확대·개편했다. 당시 TF에 참여한 기관들은 가상화폐 거래 과정의 투기세력 개입에 대한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지막 TF 이후 한 달이 넘도록 구체화된 움직임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통화 거래소를 금융당국이 인가하는 내용의 전자금융업법 개정안을 지난달 말 대표발의하면서 정부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지만 TF는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다.

특히 가상화폐가 투기적 거래성향이 강한 만큼 거래 과정에서 투기세력 개입 여부를 확인하고 나아가 규제를 마련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난달 회의 이후 전혀 진척된 내용이 없다.

한 달 넘게 회의가 열리지 않은 표면적 이유는 인사다. TF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금융위에서 담당업무를 맡았던 국장과 과장은 지난달 말 인사에서 전부 교체됐다. 이 때문에 TF를 운영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휴가철이 겹치면서 제대로 논의를 진행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 안팎의 시각은 다르다. 금융위가 가상화폐 제도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TF 내에서의 논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상화폐 관련 규제를 금융 관련 규제로 다뤄야 할지, 아니면 형법으로 규제해야 할지가 불분명하다는 게 금융위 생각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등 관련 업체에 대한 금융당국 인허가를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한 태도를 정하지 못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직접 규제하는 것보다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 더 적합하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라며 "법을 통해 규제한다고 했을 때 그 자체로 국민들이 볼 때 가상화폐를 정부가 운영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어 (금융위의 태도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위의 이 같은 소극적 태도로 인해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 논의에서 가상화폐 제도화부문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 22일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 TF'를 구성하고 연말까지 진입규제를 전반적으로 손본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제 등 제도화 등과 관련한 내용은 이번 논의에서 제외됐다.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정의조차 모호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 논의 대상이 안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사실상 '가상화폐 제도화 TF' 외에는 가상화폐 규제와 관련해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창구가 없는 셈이다.

따라서 정부의 가상화폐 제도화 등 대책이 언제 나올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화폐 제도화 TF' 회의가 다음달께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융위 태도에 따라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며 "정부차원에서 가상화폐와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을 어떻게 제시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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