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헤매던 AB운용, '미국 경기'가 살렸다 [자산운용사 경영분석] 글로벌고수익·미국그로스펀드 동반 흥행…간판펀드 의존도 높아
최필우 기자공개 2017-08-28 09:40:50
이 기사는 2017년 08월 24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적자의 늪을 헤매던 AB자산운용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미국 경기 회복 영향으로 주력 상품인 글로벌고수익펀드가 흥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하나의 대표펀드 판매 성과에 따라 실적이 좌지우지 되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24일 AB자산운용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억 97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올린 당기순이익(2억 5100만 원)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손실 2억 4500만 원을 기록한 이후 실적이 점차 개선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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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자산운용은 지난 2013년 당기순이익 12억 5600만 원을 기록한 이후 2014년과 2015년 각각 당기순손실 3억 9600만 원, 6억 원을 기록했다. 2013년도 이연법인세 자산 인식으로 영업수익이 급증한 효과를 배제하면 사실상 적자를 기록한 해였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창현 AB자산운용 대표는 경영 방식에 변화를 주기 보다 시장 상황에 부합하는 상품 마케팅에 집중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관측된다. 신상품 출시나 비용 절감을 도모하기보다 기존 펀드의 설정액 증가로 실적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AB자산운용 관계자는 "우호적이었던 시장 환경이 실적 개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주력 상품 마케팅에 힘을 실은 결과 판매사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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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자산운용의 펀드 운용자산(설정액 기준)은 지난 6월 기준 1조 3144억 원으로 올 상반기 6114억 원(87%) 증가했다. 운용자산은 지난 2013년 1조 4598억 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말 7030억 원으로 반토막 났으나 올해 주요 펀드가 흥행하며 반등했다.
운용자산 증가의 최대 주역은 'AB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이었다. 'AB Global High Yield Portfolio'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패밀리펀드 기준 5036억 원을 끌어모았다. 유사한 운용 전략이 사용되는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채권-재간접)'에는 같은 기간 786억 원이 유입됐다.
AB글로벌고수익펀드는 전체 자산의 60% 이상을 글로벌 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지역별 배분을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미국 비중이 53.81%로 가장 높다. 이 펀드가 인기를 끈 것은 미국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하이일드채권의 가장 큰 약점인 부도 위험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다수 채권형펀드 수익률이 악화됐지만 하이일드채권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 채권형펀드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AB-America Growth Portfolio Class SK'에 투자하는 'AB미국그로스증권투자신탁(주식-재간접)'에도 256억 원이 순유입됐다. 이는 국내 설정된 미국 액티브 주식형펀드 중 가장 큰 증가폭이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증시의 상승 랠리가 이어진 데다 해외주식 비과세 혜택 수혜를 입으면서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해석된다. 'AB셀렉트미국증권투자신탁(주식-재간접)'도 같은 기간 206억 원을 모았다.
다만 미국 경기 상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간판펀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언제든지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B글로벌고수익펀드는 2013년, 2014년, 2015년 각각 패밀리펀드 기준 1043억 원, 2608억 원, 3783억 원이 유출되며 수익성 악화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AB미국그로스펀드도 미국 증시 상승이 주춤했던 지난 2분기만 놓고 보면 156억 원이 순유출 되는 등 자금 유출입 폭이 크다는 평가다.
AB자산운용 관계자는 "신상품 출시에 대한 고민은 늘 하고 있다"면서도 "펀드 라인업을 무조건 늘리기보다 타사 대비 경쟁력을 갖고 있는 상품에 집중하는 경영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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