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 사장 "참담할 정도"…끝내 눈물도 삼성전자 신제품 발표 간담회서 총수 부재 상황 "두려울 정도"
베를린(독일)=이경주 기자공개 2017-09-01 11:05:38
이 기사는 2017년 09월 01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참담할 정도로 애로가 크다, 두렵고 무섭기 까지 하다."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 삼성전자 이사회 멤버이면서 경영위원회를 맡고 있는 윤 사장의 말은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윤 사장은 참담하다건 두렵다는 표현까지 썼다.
삼성전자는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IFA2017개막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제품과 미래비전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부근(사진) CE부문 총괄 대표이사 사장과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서병삼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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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달 25일 1심 재판에서 5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은 직후 행사를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윤 사장은 IFA 출전 직전 이재용 부회장을 면회하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IFA2017에서 공개하는 세탁기 퀵드라이브와와 무선청소기 파워건이 거래선 사전미팅에서 호평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소개하는 윤 사장의 목소리는 건조했고 가라앉아 있었다. 윤 사장은 10여분간 발표 자료만 읽어 내려갔다.
총수구속 직전 활발했던 기업 인수합병(M&A) 추진현황에 대해 윤 사장은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윤 사장은 "어선의 선단(선박 무리)을 생각해 보면 여러 배가 나가서 공동작업을 통해 고기를 잡게 되는데 선장이 없는 배가 고기를 잡으러 간다고 상상해 보라"며 "외부에서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정말 참담할 정도로 애로사항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IT업계는 AI와 음성인식, 사물인터넷 등의 격변속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변화가 너무 빨라 무섭고 두렵다. (대처하지 못하면) 배가 가라 앉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덧붙였다.
윤 사장은 실무자 입장에서 오너십 부재가 얼마나 큰 충격을 주는 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윤 사장은 "(오너가) 실제로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세계의 리더들을 만나 얻은 통찰력을 통해 미래계획을 수립하게 되는데 그것을 하나도 못하고 있다"며 "여러분들은 세상돌아 가는 것을 모르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총수구속 이후 중요한 M&A를 적기 협상을 놓쳐 실패한 사례가 있다고 이날 처음으로 공개했다. 매물은 삼성전자 미래사업과 직결된 인공지능(AI)관련 업체였다. 유 사장은 계속되는 M&A 질문에 "절호의 M&A 기회가 있다면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말하진 못하지만 의사결정을 제대로 못해 놓치게 됐다"고 말했다.
올 2월 미래전략실이 공식 해체된 이후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대체 조직은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측대로 각 계열사들의 각자도생을 하고 있다. 윤 사장은 "대체조직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말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조직이 전혀 없다"며 "삼성전자 이사회 내에 경영위원회라는 곳에서 의사결정을 하도록 돼 있는데 제대로 작동이 안돼서 두렵다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각 계열사 대표 중심의 집단경영도 요원하다. 윤 사장은 "사장단 회의가 없어졌기 때문에 대표들을 1년에 한 번도 못볼 때가 있다"며 "그 정도로 자기 사업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윤 사장은 최근 이 부회장을 면회한적이 없느냐는 질문에선 답변을 하다가 끝내 눈물을 보였다. 윤 사장과 일부 경영진은 선고 하루 전인 이달 24일 이 부회장을 만나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은 "이 부회장은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말한 뒤 한참 후에 "더 이상 말씀드릴 수가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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